미친 몸무게라 복싱 시작합니다:2
복싱 일지:24.10.08
으악! 관장님.
템포가 너무 빨라요..;
할 수 있습니다.
고~고!
(언제 끝나나요? 이번 라운드는요..;)
밤 10시 45분 운동이 끝났다. 잠시 링 옆 기둥에 기대어 앉아 거친 숨을 고르면서 쉬고 있었다. 3개월 차가 되니 링 위에서 하는 미트 운동의 템포가 빨라졌다. 관장님의 템포를 따라가기가 조금씩 버거워지고 있다. 특히
체력이 떨어질 땐 더더욱 그렇다. 정신이 없다. 여전히 펀치를 날리다 말고 '으~ 체력!' 한탄의 말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내가 아무리 한탄의 말을 해도 관장님은 끄떡없다. 전혀 템포를 줄이지 않는다. "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아직 시간 남았습니다." "가드 올리고, 원투를 끝까지 던지세요." 누구라도 링 위에서 이 말을 듣고 글러브를 낀 팔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으-윽. 내가 어떡하든 버틴다!' 속으로 이를 갈면서 견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라운드가 끝나는 종이 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속으로는 '아직 인가?' '왜 안 끝나는 거지?' '우와, 죽겠다!'를 주문처럼 말하고 있겠지만. 별수 없다. 링 위에 올라왔으니.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 체력이 좋든 나쁘든.
링 위에서 하는 미트 운동의 템포가 빨라져서 좋은 점은 딱 하나이다. 땀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이건 분명 지방이 타고 있음을 증명해 주는 좋은 소식이다. 체력이 붙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단지 숨이 꼴까닥 넘어가기 직전의 괴로움이 덤으로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관장님의 칭찬이 있어 버틸 수 있다. "오! 좋아졌는데요." "어? 훅 힘 좋은데요." "굿, 원투 잘 박히는데요!" 아무래도 관장님은 링 위에서 밀당을 너무 잘하신다. 들었다 놨다. 땀 폭탄도 주고 달콤한 칭찬도 주고.
이렇게 빠른 템포로 미트 운동을 하니 내 몸의 에너지가 바닥이 날 수밖에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굴러서 링밖으로 탈출했다. 체육관 바닥에 누워버렸다. 흠. 갑자기 궁금해진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관장님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 물어볼 수는 없다. 템포가 더 빨라질까 봐 두렵다.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0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더는 누워 있을 수 없어서 링 옆에 있는 기둥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물을 마시고 떨리는 손을 보며 멍하니 있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한 장면이 있었다. 관장님이 다른 회원분들의 마무리 운동을 봐주고 계셨다. 덤벨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어퍼컷을 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딱 두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대단하다!', '나는 못한다!'이다. 마무리 운동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짐을 챙겼다. 딱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이다. 더는 무리이다. 관장님의 칭찬도 소용없다. 오늘 운동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