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디스크의 힘
퇴행성 디스크 : "살 빼!"
가해자 겸 피해자 : "살 뺄게요."
무릎이 아팠다.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약도 먹었다. 추나를 받으면 더 좋다고 해서 한 번 받았다. 골반이 문제다. 나도 안다. 모를 리가. 내 몸이잖아. 왼쪽 골반이 항상 문제였다. 그런데 오른쪽이 더 심각하다 한다.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이? 선생님이 마지막에 웃으시면서 한 말이 있다. 살을 빼야 합니다. 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한의원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결국 살인가. 지금은 무릎의 통증부터 빨리 없애고 싶은데. 몸무게 줄이는 게 어디 쉽냐고. 아픈 사람에게 살 빼란 말은 나도 하겠다. 에잇. 휴, 나 이렇게 꼬인 사람이었나. 추나도 열심히 받으려고 했는데 왠지 가기 싫어졌다. 일주일 넘게 한의원에 가지 않았다. 살을 어떻게 빼냐고요.
그러다 3월 1일 수요일에 허리 통증이 심해져 이틀을 참다가 금요일에 정형외과에 갔다. 퇴행성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게 된 그날이다. 허리에 주사도 맞았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이 되어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참아보려 했다. 허리 주사 맞은 지 아직 24시간이 안 지났으니깐. 하지만 아팠다. 이때부터 고민 시작. 다시 정형외과를 가야 하나. 아니야, 어떡하지. 한의원에 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다. 토요일은 오후 2시에 진료가 끝나기 때문에 1시간 전에는 무조건 가야 한다. 더는 고민할 수 없었다. 통증이 너무 심했다. 오후 1시가 되기 전에 한의원에 갔다. 물론 남편의 팔에 의지해서 말이다. 절대 놓을 수 없는 팔이다.
한의사 선생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침을 맞기 시작했다. 침을 맞으면서 말했다. 선생님 걷고 싶어요. 살 뺄 거예요. 세상에나 이렇게 단호하게 얘기하다니. 깜짝이야. 통증은 나를 단호하게 만들었다. 모르겠고 그냥 살 뺀다. 뺄 거다. 제발 걷고 싶다. 살 빼면 그냥 걷게 되는 걸까. 아닐 거다. 하지만 살 안 빼면 분명 또 아플 거다. 공부할 때 기본값은 책을 가지고 의자에 앉는 거다. 건강을 원한다면 기본값은 살 빼는 거다. 무조건... 무조건 말이다. 이걸 이제 알다니. 꼭. 아파야 깨우치지.
딸아, 엄마 살 뺄 거다
딱 10kg 뺀다
그런데...
우선 통증부터
가라앉히고
하자.
집에 와서 퇴행성 디스크에 대한 모든 걸 찾아본다. 의사 선생님 한 분이 퇴행성 디스크는 바람 빠진 타이어라고 얘기하신다. 굴러가지도 못하는 타이어에 사람을 잔뜩 실고 다니면 어떻게 될까. 아, 아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사람을 태우지 않는 거다. 그러니깐 살 빼야 한다. 살도 안 빼고 고치겠다고. 말도 안 된다. 허리 디스크로 급성 통증이 올 땐 정말 지옥이다. 무서웠다. 누워만 있는 삶이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일주일이 넘게 누워만 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일어서는 것조차 너무 어려워 물을 마시는 것도 음식을 먹는 것도 싫었다. 2~3일 동안 먹은 게 거의 없다. 근데 배도 고프지 않다. 통증이 심해서 그런가 조금 신기하긴 하다. 그래, 잘 됐다. 살 빼야 하는데. 몸에 쌓인 지방이 많으니깐. 에너지원으로 바뀌면 좋지.
하루가 또 지나 일요일이다. 일요일은 정형외과도 한의원도 못 간다. 통증이 더 심해지기 전에 약 먹고 자야 한다. 정형외과 예약은 일주일 뒤다. 너무 아프면 중간에라도 가야지. 그런데 정형외과까지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차를 타고 갈 수 있을까. 걸어서 5분 거리도 안 되는 한의원도 차를 타고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의원에 차를 타고 가던 첫날. 정말 어떻게든 낫고 싶은 마음에 참은 거다.
아무도 모르는 나 혼자 하는 통증과의 싸움. 이를 악물고 손에 힘을 줘서 최대한 자동차 의자와 엉덩이를 못 만나게 해야 했다. 어떻게든 아픔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돌린다. 호흡, 호흡이 중요하다. 후--. 다 왔어. 이제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갈 거야. 헉. 자동차에서 내려야 하는데. 일어나지 못해서 결국 남편 목에 깍지를 끼우고 매달렸다. 남편 허리는 괜찮나. 내 허리가 아프니깐 남편 허리도 신경 쓰였다. 반성해라. 복부 지방아, 허벅지 지방아. 3초쯤 반성을 했다. 엘리베이터야, 빨리 내려와. 가만히 서있는 것도 힘들다. 3층 버튼을 누르고 호흡을 한다. 아직, 1층이네. 올라가자 좀. 후후-. 속으로 혼자 조용히 주문을 외우며 한의원에 들어갔었다.
아무래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빼야겠지
나도 살고,
남편도 살고.
대단한 놈이다.
디스크란 녀석은...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