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퇴행성 디스크. 좋아해 주면 안 될까?

불편한 디스크의 힘

by 흔적작가

이렇게 갑자기,
퇴행성 디스크라고?
에이, 설마.
진짜?



퇴행성 디스크다. 일주일째 누워있다. 그래, 인생은 이런 거지. 갑자기 물결에 휩쓸린다. 진짜 오랜만에 폭은 작아도 젖지 않은 땅바닥이 보였는데. 아, 그런 건가. 보여만 준 걸까. 누구의 장난인지 모르겠다. 괴팍한 할아버지인가. 아니면 할머니일까. 순수 그 자체로 오는 도깨비의 신 유덕화인가. 왜?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라고 운명은 신이 던지는 질문임을 기억하게 아니지 찾아보게 하려고 한 건가. 질문을 주었으니 답을 찾아봐야겠다. 어떻게,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 건가. 궁금하다.


도깨비 또 보고싶다.~ 신의 질문은 항상 어렵다. 사진:네이버


아는 것이 없다. 누워있어 움직이지도 못한다. 다행히 손에 휴대전화가 있다. 와이파이 완전 잘 터지는 안방에 있다. 손가락은 멀쩡하니 유튜브 검색창에 6글자를 써본다. 반가워 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는 못생긴 글자를 말이다. 한국인의 80%가 한 번씩은 경험한다고 하더니. 진짠가 보다. 많다. 척추전문의, 물리치료사, 필라테스강사 분들이 여기 다 모여있다. 이 많은 정보를 언제 이렇게나 많이 올렸을까. 감사함과 존경심과 간절함과 약간은 의심의 눈동자를 하고 몰입한다. 이틀 동안 안구건조증에 시달리며 찾고, 보고, 듣고 가능한 동작들을 따라 했다. 와, 일단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모님께 친구에게 지인에게 공유해야겠다. 물론 진주 오브 진주를 찾아내는 어려움이 있다. 정보의 힘에서 밀려있는 위치니깐. 그건 어쩔 수 없다. 다행인 건 댓글은 볼 수 있으니. 알 굵은 진주를 찾아낼 수 있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 허리 통증이 심해지고 있지만 일단 찾았으니 심장은 조금 덜 떨린다.




4일 정도 진짜 미친 듯이 아팠다. 오른 허리와 다리에 힘을 줄 수 없었다. 찌릿한 시림과 통증이 깊이 왔다. 덜덜 떨리는 다리, 힘이 빠지는 다리. 옆에서 남편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주저앉았을 거다. 와, 5초 조차 혼자 서있지 못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건지. 아픔과 당황 어이없음에 뇌는 생각을 멈췄다. 다행히 욕은 나오지 않았다. 급하니 욕에 해당하는 단어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누워있기 딱 하나다. 누워서 골반을 살짤 움직여 편안하게 몸을 돌리려는데. 윽. 또 통증이다. 누워있는 골반의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는 냉정한 퇴행성 디스크. 손을 엉덩이 아래에 집어넣고 경사각도를 만든다. 미끄러지듯 골반을 조금씩 움직여 본다. 음… 넌 천천히 조금씩을 좋아하는구나. 근데 부드럽게도 좋아해 주면 안 될까. 허리와 등 근육이 이렇게도 나무토막 같다니. 내가 잘할게.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영상들 잘 보고 누워서 엎드려서 운동할 께. 네가 좀 봐줘라.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봐봐. 신전운동 호흡도 잘 지키며 하고 있잖니. 내 쉬는 숨을 천천히 길게 후——우. 척추위생도 잘 지킬게. 요추전만, 요추전만, 요추전만…. 봤지. 내가 잘할게. 나 좀 좋아해 주면 안 될까?


사진: 유튜브


퇴행성 디스크가 왜 갑자기 나타났을까. 아니다. 생각해 보니 몇 년 전에 디스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문제를 알고도 해결하려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 문제의 원인은 나다. 무신경함, 안일함이 요추 5번-천추 1번의 디스크를 말렸다. 비어있는 공간을 채울 수는 없다고 하니. 이젠 무얼 채워야 할까. 급한 통증을 비우고 채울 것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답을 얻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여야 한다. 통증아, 가라앉아라. 제발.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있게 말이다.




아, 힘들다.
당분간 긴 글은 무리다.
엎드려 쓰는 글은 목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