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디스크의 힘
허리가 아픈가요?
퇴행성 디스크인가요?
그러면...
걸어야 한데요.
걷기는 강화운동이래요.
신이 내린 명약이래요.
허리가 아픈지 딱 4주가 되었다. 시간은 참 빠르다. 통증이 생겼을 땐 이렇게 아픔이 오래갈 줄 생각도 못했다. 통증을 참다가 3월 3일 남편 몸에 의지해 병원에 가서 퇴행성 디스크 진단을 받고 4주째가 된 지금. 다행히 통증도 조금씩 가라앉고 있고, 20분에서 30분 정도 혼자 천천히 걷을 수도 있다. 아직은 걷는 시간의 두 배만큼 쉬어야 하지만 걷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씩씩하게 빨리 걷지 못해도 괜찮다. 지금 이 몸에 필요한 건 천천히 바르게 걷기다. 뒤꿈치부터 시작해 발바닥을 지나 엄지발가락까지 순서와 무게중심을 잘 맞추어 걸어야 한다. 특히 발바닥은 아치 쪽으로 무게중심이 가면 안 된다. 또, 발가락에 힘을 주어 즉, 발가락을 사용해 걷는 연습이 필요하다. 바르게 걷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그동안 난 걸은 것이 아니었다. 그럼 뭐 한 거지. 음. 병을 만든 건가.
11자로 걷고 있다면,
뒤뚱뒤뚱 걷고 있다면,
보폭이 짧다면.
바르게 걷기 연습이 필요해요.
걸으면서 깨달았다. 아, 발가락에 힘을 주면서 걷고 있지 않구나. 아, 보폭이 정말 짧구나. 아, 오리인가 왜 뒤뚱뒤뚱 걷는 거지. 무릎을 스치듯 걸어야 하는데. 무릎에 투명한 공이 있나. 왜 이렇게 이상하게 걷는지. 걸을 때 뒷다리를 쭉 펴야 한다는데. 구부정한 무릎이 안타깝다. 발목은 또 어떤가 흔들흔들. 걸음걸이 하나로 건강이 어떤지 알 수 있다는데. 나는 건강한 걸음이 아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슬프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어디 아프세요?라고 물어볼 걸음이다. 저, 사실 허리와 골반, 무릎과 발뒤꿈치가 조금 아프긴 해요. 앉았다 일어날 때 에구구 소리가 나오긴 해요. 괜찮으세요? 흑흑. 괜찮지 않네요. 운동은 하나요? 걷기가 좋다는데 걷기 꼭 하세요. 알았죠? 네, 꼭 걷기 운동할게요.
네. 꼭 걸을 게요.
바르게 걸어볼게요.
걷기로 퇴행성 디스크
잡아볼게요.
뭐지 이건. 안 아픈 곳은 어딜까. 걷는 뒷모습이 이상하게 안쓰러워 보인다던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그땐 그냥 웃어넘겼는데. 모든 일에는 다 전조 증상이 있는 거다. 항상 경고를 하는데 내가 무시하는 거다. 특히 몸이 보내는 신호는 무시하면 안 되는데. 이 어리석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조금 늦었지만 이제는 무시하지 않고 몸이 주는 신호에 신경을 쓸 거다. 나도 언젠가 건강해 보이는 걷기를 보여줄 수 있겠지. 당당히 걷는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어때요? 걷는 뒷모습 건강하고 활기차 보이죠. 어떻게 건강을 되찾았는지 궁금하다고요? 어럽진 않아요. 단지 신경을 조금 써야 해요. 바로, 걷기. 바르게 걷기예요.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골반에도 문제가 많다. 걸을 때 골반이 뻣뻣하다. 걷는 동안에 골반이 부드럽게 움직여야 건강한 걸음이라고 한다. 천골과 장골이 만나는 천장관절도 미세하게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또, 고관절에서도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 골반이 앞뒤로, 수평회전으로 움직이는 골반 걷기가 되어야 건강한 걷기가 가능하다고 한다. 근데 뭐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걷기에 대한 내용이 맞는 건지. 지금 배우는 것이 하늘로 날아다니기는 아니겠지. 골반 걷기를 알려주는 송영민의 바른 자세 만들기를 열심히 보고 있으니. 걷기가 맞을 거다. 아무래도 더 들어보고 연습을 해야겠다.
휴... 연습하고는 있는데 이 몸에 있는 골반은 걸을 때 여전히 뻣뻣하다. 골반은 움직임이 거의 없고, 다리만 찔끔찔끔 움직인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다. 보여주기 참 민망한 걷기 운동이다. 호주에서 물리치료 하시는 분(Mr.Physio 호주불리치료사)의 말이 생각난다. 걸을 때 11자 걷기가 아니라 약간 지그재그로 걸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 한번 지그재그로 골반 걷기를 해본다. 발이 땅에 닿는 순서도 잘 지켜본다. 아하! 수평회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구나. 앞발의 엄지발가락에 마지막으로 무게 중심이 가야 하니깐. 뻗은 앞발의 골반이 수평회전이 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래, 역시 아파봐야. 정신 차리는구나. 더 심해지기 전에 정신을 차려서 그나마 다행이다.
정신을 차렸으니 문제가 많지만 고칠 수 있겠지? 디스크에는 걷기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걷기가 신이 내린 명약이라고 하던데. 잘못된 걷기로 몸을 더 망치기 전에 바르게 걷기를 제대로 배우고 연습해야겠다. 잘 됐다. 지금은 걷기만 가능하니깐. 요가도 줄넘기도 못하니깐. 바르게 걷는 연습을 하기에 딱 좋은 시기다. 긍정의 세뇌를 해야겠다. 지금이 적기다. 딱 좋은 시기다. 안쓰러운 몸아. 바르게 걷는 게 보약이다. 연습하면 바르게 걸을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발바닥과 골반에 신경을 쓰면서 천천히 걷기 연습을 해야 한다. 허리통증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지금 일어나서 걸어야 한다. 골반, 무릎, 발목, 발바닥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게 걸어야 한다. 보폭을 크게 해서 걸어야 한다. 코어에 힘주고 척추를 곧게 세우고 걸어야 한다. 듣고 있지. 할 수 있다. 우선 걷기부터 제대로 하고 조금씩 욕심내보자.
무작정 걷지 마세요.
바르게 걷기를 공부하세요.
걷다가 힘들면, 아프면
멈추는 것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