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통증순이 아니잖아요. 아니, 맞는데.

불편한 디스크의 힘

by 흔적작가


여보!
허리 좀 밟아줘.

딸아!
폼롤러 좀 갖다 줘.



비가 오면 생각나는 통-증. 비구름이 하늘을 수놓기 시작하면 발목, 손목, 어깨, 허리까지 쑤신다. 앗, 생각해 보니 통증이 나타나는 곳이 다 왼쪽이다. 더 신기한 것은 오른쪽은 목, 어깨, 엉덩이, 허벅지, 뒤꿈치까지 근육이 타이트하다. 타이트한 근육은 가동범위가 잘 나오지 않는다. 가동범위. 맞다. 오른쪽 목을 뒤로 돌려 딸 얼굴 보는 것이 힘들다. 오른쪽 어깨로 뒷짐을 지려하면 어찌나 뻐근하고 아픈지. 오십견인가 보다. 흑흑. 오른쪽 햄스트링은 너무 당기고. 허벅지 근육은 말하기 싫다. 이번생에 허벅지 사이에 공간이 생길까. 두꺼운 허벅지 근육은 무릎 건강에도 나쁘다는데.... 예쁜 종아리는 오래전에 포기했다. 아마 중학 때부터 아-아-알이. 더 슬픈 일은 묵직한 종아리 근육의 영향으로 뒤꿈치가 너무 당긴다. 족저근막염의 향기가 난다. 휴, 서있거나 걸을 때 발바닥 통증에 놀란다. 아니, 내가 뭘 그리 잘 못했길래. 나한테 왜 그러는데. 이젠 얼마 전부터 앉으나 서나 무릎 통-증.




행복은 통증순이 아니잖아요. 아니, 맞아. 통증순이야. 통증이 없으면 그렇게 평온해서 행복하다. 아이의 모든 행동이 꽃으로 보이고, 웃음으로 넘겨진다. 초6 언니가 놀고, 놀고, 놀아도. 더럽히고 더럽혀도. 뒤집어 까진 양말로 어제부터 전시회를 열어도. 눈에서 피어 나온다. 꽃 웃음이. 오, 나 육아 좀 하는데. 씨-익. 하지만 골반에서 시작한 통증이 허리와 엉덩이를 타고 심하게 오는 날이면. 내 안에 캔디는 없소이다. 캔디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난 모르겠다. 알아서들 날 피하시게. 살고 싶다면 말이지. 여보, 허리 좀 주물러줘. 아니다, 발로 밟아봐. 뒤꿈치로 꾸우욱. 천천히, 아프지는 않게, 지그시, 3초간. 직선으로 밟아야 해. 사선이 아니라. 엉덩이 쪽도. 엉덩이는 발바닥 전체로. 주문, 주문, 주문. 남편 미안. 주문이 참 많지. 딸아, 엄마 아파서 못 일어나겠어. 물 좀 줄래. 타이레놀도. 방문 좀 닫아줘. 땅콩볼과 폼롤러도 좀.... 딸- 보고 싶다. 안아보자. 오고 있니. 꼬옥. 잉? 어디가, 벌써 가니. 흑흑, 피하는 건가. 내 목소리 들리나요. 역시 가족의 행복은 통증순이다. 남편과 딸의 행복을 위해 오늘은 좀 덜 불러야겠다. 입은 잠깐 쉬라 하고, 폼롤러 위에 허리나 올려놔야겠다.


남편, 주물러줘~~~!!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폼롤러 위에서 보는 하늘. 나쁘지 않아. 허리 통증에 똑바로 앉아 있기 어려워도. 밥 먹을 때 10분마다 의자에서 일어나야 해도. 로봇이 되어 골반과 다리를 다시 조립하고 싶은 충동이 들어도. 가끔 하늘을 보자. 땅콩볼 위든, 폼롤러 위든. 통증 강도가 낮을 때 폼롤러 위의 하늘을 보면서 살아야 한다. 하늘색, 흰색을 봐야. 나쁜 생각에서 벗어나지.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에서는 성적보다 사랑과 우정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허리통증으로 잠 못 자는 몸에는 땅콩볼과 폼롤러가 필요하다. 사랑해요, 폼롤러. 폼롤러 옆 땅콩볼. 너도 사랑해. 짧아진 근육을 풀어줘서. 탄력감을 잃어 힘을 쓰지 못하는 근육에게 힘을 줘서. 고맙다. 그러니 유일한 동아줄을 놓지 말아야 한다. 또,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른 자세와 운동이다. 잘못된 자세와 근육 및 유산소 운동 부족은 디스크와 주변 조직에 나쁜 영향을 준다. 나쁜 자세와 운동부족은 폼롤러와 땅콩볼이라는 동아줄이 있어도 소용없다. 오히려 퇴행성 디스크의 속도를 빨라지게 만든다니 바른 자세와 운동은 금빛 동아줄이다. 그러니깐 정신 차리고 동아줄이란 동아줄은 잡아야 한다. 여기서 더 심해지면 가끔 보는 하늘도 소용없을 거다. 지금 딱 나태해지는 시기다. 아픈 지 3개월이다. 잡고 있는 동아줄이 소중한지도 모르고 게을러지고 있다. 통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어제보다 몸이 무겁고 아프다면 정신차리는 것이 먼저다. 다시 정신줄 잡고, 움직여야 한다.



폼롤러, 땅콩볼은
동아줄.

바른 자세와 운동은
금빛 동아줄.

끊기기 전에
제발, 잡자.



그림책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기탄동화)




사진출처: 픽사베이 & 내 사진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