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괜찮나요? 지옥의 월요일

디스크가 오면 열리는 일기

by 흔적작가

[퇴행성 디스크와 함께하는 일상에 대한 짧은 생각과 느낌을 일기로 씁니다.^^♡]




- 지옥의 월요일



지옥의 월요일. 빨간색 경고장이 날아온다. '경고, 경고, 청소를 멈추지 않으면 허리 통증이 더 심해질 예정입니다.' 경고장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청소의 결과는 통증악화. 이 공식을 어떻게 모를까. 결과를 뻔히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다. 청소가 그렇다. 역시 디스크 환자에게 청소는 지옥이다.



청소기 돌리는 것도 힘들고,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들을 치우는 것도 힘들다. 청소는 왜 허리를 계속 숙여야 하는 걸까. 콘센트는 왜 다 밑에 있을까. 살짝만 숙여도 되는 그런 위치에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왜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안 치울까. 디스크가 있는 허리는 미루다, 미루다. 청소기 손잡이를 잡는다. 모르는 척, 보이지 않은 척하다. 결국은 허리를 숙여 지저분한 물건들을 정리한다.



하도 허리를 숙이다 보니.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긴 했다. 피겨스케이트 김연아 선수의 스파이럴 기술을 쓰는 거다. 가장 중요한 건 한 발로 방바닥을 단단히 디디는 거다. 다른 다리는 몸을 숙이면서 뒤로 쭈-욱 뻗는다. 한 손은 주위에 있는 벽이나 의자를 잡는다. 나머지 한 손으로 청소기 코드를 콘센트에 끼운다. 맞다. 그냥 한쪽 다리를 뒤로 들어서 숙이기다. 별거 없지만 스트레칭이 너무 잘 된다. 하고 나면 진짜 다리가 시원하다. 허리에 부담도 적다. 꿀이다.



디스크로 아프면서 별거 없는 일상의 행동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우울이 심해지니 청소하기가 너무 싫어졌다. '청소는 당분간 포기합니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청소의 기운. 몰라요. 나는 모르겠어요. 청소하다가 통증이 심해지면 나도 당신도 더 힘들어져요. 이렇게 버티다 버티다. 더는 버틸 수 없어 청소를 시작하면 또 우울. 왜? 쌓인 청소가 너무 많아서. 다시 통증이 스멀스멀 올라와서다. 그렇다고 안 할 수가 없다. 청소한테 경고장을 날릴 수 있으면 수천번을 날렸을 거다.



경고장을 날릴 수 없으니. 생각을 아니지, 행동을 바꿨다. 청소할 때 허리에 통증을 줄이는 행동을 찾고 직접 해봤다. 그중 하나가 바로. 김연아 선수의 스파이럴이다. 꿀 스파이럴.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만 하면 된다. 오늘 청소는 끝났다. 내일은 청소 휴업이다. 파업은 할 수 없으니. 휴업이라도 해야겠다.




Q. 오늘은 어떤가요?


A. 월요일 청소하는 날이라. 힘들었어요. 로봇청소기를 사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이에요.



한 쪽 다리를 쭈-욱! 나는 청소하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칭중이다. 자기암시~~~~^^



사진출처 : 픽사베이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