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디스크지만, 카페는 가고 싶어

불편한 디스크의 힘

by 흔적작가


유혹하지 마...
흔들린단 말이야.

마음이 아파...
너에게 갈 수 없어서.

조금만 기다려줄래?



어느 날 사랑을 빼앗겼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냉정함과 잔혹함을 이기지 못하고 손을 놓아버렸다. 깨지지 않는 마음일 거라. 언제든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일 거라. 원하기만 하면 갈 수 있을 거라. 그래, 그렇게 생각했다. 한 번도,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뺏길 수 있다는 것을. 그것도 아무런 준비도 예고도 없이 말이다.




그날도 달달함과 시원함 사이를 오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삭한 겉옷에 부드러우면서도 포슬포슬한 스콘. 갈색빛 스콘이 주는 달달한 즐거움에 기분이 좋았다. 마음에 드는 당분 농도에 기분이 들떠 웃음이 나왔다. 부스러기를 떨어뜨리며 작아지는 스콘이 아쉬워 한 입 가득 넣지도 못했다. 귀여운 크기지만 작긴 작다. 맛 좀 있는 스콘이라 이거지. 두 입이면 끝낼 수 있지만, 끝낼 수 없다. 최대한 입을 작게 벌리고, 오물오물 천천히 먹는다. 맛있으니깐 크기는 봐주겠어. 이상한 심리가 작용한다.




부스러기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한 손은 열심히 포크를 따라다닌다. 도움을 받은 포크는 작아진 스콘 조각을 입에 담는다. 입안에서 사라지는 달달이 스콘이 아쉬울 땐 조용히 접시 위에 흩뿌려진 스콘 부스러기를 모아야 한다. 쉿, 먼저 모았다고 넋 놓고 있다가는 뺏길 수도 있다. 부스러기의 매력을 아는 꼬맹이가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꼬맹이의 손가락은 포크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처음부터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수도 있다. 나처럼….


오브느 스콘~~^^♡


달달한 스콘이 입안에서 사라지고 목마름이 생겼다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셔야 한다. 차가움이 목마름을 따라 내려가면 딱 두 가지만 남는다. 커피와 나. 나와 커피. 다른 생각들이 사라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가슴에 퍼지는 짜릿한 차가움이 사라지기 전에 산미감을 보충해야 한다. 음… 끝맛이 살아있네. 이 집 커피 맛있네. 카페이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카페라떼를 마시고 있는 남편에게 물어본다. ‘오브느’라. 음… 그렇군. 집 근처에 있는 카페와 맛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분점이었다. 갑자기 친밀감이 깊어지는 건 왜일까. 살짝 카페라떼도 맛보고 싶었다.




씨익. 웃음을 무기로 남편이 마시고 있는 카페라떼에 손을 뻗었다. 정말, 살짝, 딱, 한 모금만 맛보았다. 그래, 이거지. 끝까지 커피의 존재감을 놓치지 않는 카페라떼. 우유에 밀리지 않는 라떼를 오랜만에 마셔보았다. 아쉽지만 라떼가 담긴 커피잔을 남편에게 돌려주었다. 아직은 아이스아메리카가 있으니깐. 남은 스콘을 먹으면 되니깐. 휴우, 되긴 뭐가 된다는 건지. 텅텅 비어 버린 접시가 눈앞에 있었다. 이대로는 안돼. 느낌이 오지요. 이미 스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불타는 눈빛. 막을 수 없음을 알고 남편이 일어난다. 그 짧은 순간 얼음만 남아있는 유리잔을 흔들어 보인다. 커피는 언제 다 마신건지 모르겠다. 에잇, 모르면 어때. 이미 사랑에 빠진 걸. 다시 시작된 달달함과 시원함. 스콘과 커피의 유혹이 이렇게 신날 수가 없다.

가고싶다.~~~~~~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을 사랑한다. 카페 공간이 커피나 디저트와 잘 맞으면 사랑이 더 깊어진다. 혼자이든 함께이든 나에게 카페라는 공간은 사랑을 즐기는 곳이다. 사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감정에 여유가 생긴다. 그 여유로운 시간이 참 마음에 든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선에 들어온 모든 것을 담는 순간 나라는 사람이 보여 좋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카페 인테리이어. 카페에 있는 식물들. 디저트를 먹는 사람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 다정하게 얘기를 하는 사람들. 시선이 머무르는 공간과 시선에서 벗어나는 공간으로 나를 알아간다. 공간으로 나를 알아간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최근 마음에 든 카페 공간은 커피콩이 담긴 유리병이 가득한 공간. 샹들리에 조명이 있는 공간. 커피 로스팅기계가 돌아가고 있는 공간. 높은 천장이 있는 공간. 마음에 드는 디저트와 스콘이 있는 공간. 의자와 테이블이 특이하면서도 심플한 공간들이다. 앞으로 어떤 공간들이 마음에 들어올지 궁금하다. 설렌다. 주말이 기다려진다.... 그래, 그랬다. 설레었었고, 주말을 기다렸었다.


좋아하는 카페 공간에서 찍은 사진들..

하지만, 지금은 궁금증도, 설렘도, 기다림도 사라졌다. 당분간은 카페에 가기 어려워졌다. 오브느 카페에 갔던 그날.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데 허리 통증이 찾아왔다. 이틀 뒤 퇴행성 디스크 진단을 받고 말았다. 디스크 통증에게 내 사랑을 뺏긴 것이다. 예고도 없이 냉정하게. 차가운 퇴행성 디스크이다. 사랑을 모르는 녀석에게 당하니 기분이 나쁘다. 이미 벌어진 일. 열내지 말고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 왜? 찾아와야지. 어떻게 생긴 사랑인데. 뺏긴 것은 찾아오고. 복수도 해주고. 기다려봐. 걷기부터 하고 올게. 플랭크도 하고 올게. 약해? 일주일 급찐살은 아니지만. 급찐급빠 시작한다. 보고 싶다. 가고 싶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일주일 급찐급빠 시작.

1. 저탄수화물 식단
2. 아침 공복운동
3. 간헐적 단식(16:8)
4. 미지근한 물 마시기

성공하길...







사진출처 : 내 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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