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괜찮나요? 디스크와 설거지

디스크가 오면 열리는 일기

by 흔적작가

[퇴행성 디스크와 함께하는 일상에 대한 짧은 생각과 느낌을 일기로 씁니다.^^]



- 디스크와 설거지



‘가위바위보. 이겼다. 자, 이겼으니깐. 설거지하고 가. 바쁘다고? 그러면 속도감 있게 빨리 하면 되지.’ 아침 일정이 있었지만 설거지를 하고 가라는 또 다른 내게 지고 말았다. 설거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닌데. 꼭 바쁜 일정이 생기면 왜 그렇게 설거지가 눈에 밟히는지. 연인도 아니면서 말이다. 결국 짧은 시간에 후다닥 해버리고 튀자. 이런 생각으로 설거지를 시작하기 위해 무기를 준비했다. 고무장갑, 주방세제, 수세미, 온수. 이런 물건은 설거지를 위한 준비물이지 무기가 아니다. 디스크 환자에겐 디스크를 지킬 수 있는 다른 무기가 필요하다. 무기선택도 잘해야 한다. 목디스크를 위한 무기와 허리 디스크를 위한 무기가 다르다.



퇴행성 허리 디스크인데 목도 불안 불안하다. 경추 어딘가가 불편하고 아프기 시작했다. 잘못된 자세 때문인 게 분명하다. 나쁜 짓이 또 다른 나쁜 짓을 부른다고 누가 그랬더라. 기가 막힌 통찰이다. 며칠 전 불편한 허리와 목으로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헬스퀘어 Q칼럼에서 읽은 목디스크를 위한 설거지하는 방법이 생각났다. '앞을 보며 설거지하기.' 그래, 앞을 보라는 거지. 뭐, 쉽네. 그릇에 묻은 것은 일차 설거지로 끝냈고. 거품목욕과 샤워만 남아있으니. 어렵지 않아 보여 바로 앞을 보면서 남은 설거지를 시작했다. 목을 숙이지 않고 앞을 보며 설거지하기는 목디스크를 지키는 무기가 확실하다. 완전 꿀 아이템이다. 왜 그동안 설거지통에 인사하면서 설거지를 했을까.



허리 디스크를 위한 설거지 무기 아이템은 바로. 와이드 스쿼트 자세이다. 와이드 스쿼트는 다리를 일반 스쿼트보다 넓게 벌린다. 즉, 어깨너비 보다 더 넓게 벌린다. 발가락은 왼발은 10시, 오른발은 2시 방향으로 향하게 한다. 허리는 곧게 피고 배꼽을 당긴다. 발바닥 전체가 바닥에 잘 붙어있어야 한다. 이때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듯 눌러준다. 이 상태로 무릎을 발가락이 향한 방향으로 구부리며 내려온다. 자신이 내려갈 수 있는 높이까지 내려왔다면 그 상태로 설거지를 하면 된다. 물론 내려온 자세로 설거지를 오래 하면 힘이 든다. 그땐 10초~15초 정도 자세를 취하다 힘들면 올라오면 된다. 단, 올라올 땐 천천히. 허리는 끝까지 피고, 마지막에 엉덩이에 힘 파아악! 중요한 점은 무리해서 내려가면 안 된다는 것. 무릎과 허리가 아프면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설거지 와이드 스쿼트의 목적은 3가지이다. 허리보호, 허벅지 운동, 시야확보. 우선, 설거지를 오래 하고 있으면 허리가 진짜 끊어질 듯하다. 와이드 스쿼트를 하면 자세가 낮아져 자연스럽게 허리를 구부릴 필요가 거의 없다. 요추전만 자세를 지킬 수 있다. 또한, 스쿼트 운동은 허벅지를 말벅지로 만들어준다. 특히 와이드 스쿼트는 허벅지 안쪽 살을 아주 그냥. 풋. 생각만 해도 위안이 된다. 끝으로, 목디스크 보호를 위해 앞을 보면서 설거지를 할 때 생기는 단점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설거지가 얼마나 잘 진행되고 있는지 답답해하지 않아도 된다. 시야확보를 더 잘하고 싶다면 기억해야 하는 것은 시선처리다. 춤을 추는 것은 아니지만 시선 처리가 중요하다. 시선처리를 못하면 답답해서 때려치울 수도 있다. 와이드 스쿼트 자세에서 눈동자만 그윽하게 아래로 내려 보내면 된다. 기억해야 한다. 그윽하게를. 그래야 좀 덜 힘들다. 어찌 되었는 허벅지를 태우는 스쿼트가 아닌가.



저녁밥 시간이 다가왔다. 집콕 휴가 마지막 날이고, 와이드 스쿼트 설거지도 아침에 이미 했다. 날도 덥다. 그러니 저녁밥은 족발 포장이다. 배달비도 아끼고 걷기도 하고 좋네.




Q. 오늘은 괜찮나요?

A. 설거지 와이드 스쿼트와 앞보고 설거지 하기로 빨리 끝내고 튀었어요. 설거지 지옥에서요.



와이드스쿼트로 설거지 시간을 버텨보아요.~:: 허벅지 안쪽살도 부탁혀^^~



사진출처 : 픽사베이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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