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괜찮나요? 디스크와 부추전

디스크가 오면 열리는 일기

by 흔적작가


[퇴행성 디스크와 함께하는 일상에 대한 짧은 생각과 느낌을 일기로 씁니다.^^]



- 디스크와 부추전



천 원에 한 단. 부추가격이다. 남편이 사 온 부추 한 단이 일주일 동안 냉장고 야채칸에 숨어 있었다. 왜 사 왔을까.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물어보는 순간 부추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 운명처럼 보였다.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룰 수 있다면 계속 미루고 싶었다. 부추가 최대한 버텨주기를 빌어야겠지. 부추가 버티지 못하고 냉장고에서 축축해지기 시작하면 골치 아프다. 그래도 홈캉스 기간에는 주방일 하기 싫다고.



퇴행성 디스크 환자는 당분간 먼 여행은 갈 수 없다. 집에서 차로 15분~20분 거리만 다닐 수 있다. 시간은 최대 2시간~3시간. 계속 앉아 있지 않는 조건에서만 가능한 시간이다. 힘들면 잠깐이라도 앉은 자세에서 옆으로 누울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의자만 있다면 계속 서있거나 차로 가서 누워있어야 한다. 즉, 이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어야 잠깐이나도 외출을 할 수 있는 거다. 그러니깐 거의 못 나간다고 해야겠지.



오늘 드디어 홈캉스가 끝났다. 일주일 홈캉스 기간에 최대한 집안일은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부추도 기억 속에서 사라졌었다. 그런데 홈캉스가 끝난 오늘. 점심을 먹고 나서 불현듯 부추 생각이 났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물어보고 말았다. 부추는 왜 산거냐고. 부추가 싸서 샀다는 남편. 너무 많다고, 다음에는 바로 먹을 수 있을 때만 사자고 했다. 돌아온 대답은. 부추전을 하면 되지. 헉, 이 더운 날 부추전이라. 아픈 허리에 힘을 주고, 일주일 된 부추를 손질해야 된다. 냉장고에 숨어있던 부추는 손질하기 어렵다. 거기다 부침가루 반죽을 하고 기름에 지질 생각을 하니 헛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순간 부추를 데쳐서 양념장에 무쳐 볼까 싶었지만. 이 많은 부추를 가장 빠르게 없애는 방법은 역시 부추전 밖에 없었다.



결국. 부추가 많이 들어간 부추전을 했다. 먹기 좋게 가위로 자른 뒤 아이에게 먹어보라고 주었다. 나는 바로 누웠다. 덥고, 땀나고, 허리가 뻐근하다. 간장 양념에 살짝 찍어 먹으니깐 맛은 있다. 누워서 씻어 놓은 부추를 생각해 보니. 두 번은 더 해 먹어야 하는 양이다. 맙소사. 위로가 필요하다. 혹시 부추가 허리 디스크에 좋으면 힘이 날 듯해 검색을 해본다. 오, 부추는 비타민A와 비타민C가 풍부한 식품이라고 한다. 섭취할 경우 척추가 튼튼해진다고 한다. 또한, 안 좋은 피를 배출하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돼 만성 요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 좋다. 부추 너 좀 멋진데. 좋아, 한 번만 더 부추전을 하겠어. 한 번은 그냥 생으로 먹겠어. 날이 더워 두 번은 무리다. 요리하다가 허리 통증이 심해지는 건 용서가 안 되니깐.




Q. 오늘은 괜찮나요?

A. 부추 때문에 울다 웃다. 정신이 없어요. 그래도, 부추가 척추와 요통 완화에 좋다고 하니깐. 끝은 웃음으로 마무리.



나머지 부추는 당근과 같이 '튀김'으로 끝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