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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Oct 15. 2023

컬러를 원해? 오일파스텔이 있잖아.

오일파스텔 러버가 되고 싶다

 

블랙우먼을 구해야 해
컬러풀이 필요해
.
이것저것. 고민고민
쉽지않군
.
오호라~
오일파스텔이 있잖아
.
블랙만 보던 세상에서
탈출하는 거야.




가만히 카페에 앉아 주변을 본다. 눈에 들어오는 색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본다. 하나, 둘, 셋… 열, 열하나, 열둘. 앉아만 있는데도 많은 색이 보인다. 이렇게 색의 종류는 많다. 많은데 내 몸에는 이상하게 블랙만 있다. 옷, 신발, 가방, 휴대전화기, 머리카락.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블랙우먼이다. 올블랙은 패셔니스트의 매력을 올려준다. 올블랙 패셔니스트로 시크하게 매력을 뿜어내고 싶지만. 내 몸에 붙은 블랙의 미션은 울퉁불퉁 올록볼록한 지방 가리기다. 컬러풀한 옷을 입고 싶지만. 현실은 컬러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팔뚝살이 뱃살이 엉덩이와 허벅지 살이 컬러풀을 싫어한다. 만나기만 하면 1.5배~2배 이상 몸을 팽창시킨다. 싫어할만하다. 원색 계열의 옷을 입으면 얼굴색이 죽어 보인다. 뭔가 불쌍해 보인다. 아, 갑자기 결혼하기 전으로 가고 싶어 진다. 어, 딱 컬러풀하게 입고, 거울을 보면서 훗! 머리카락 한번 옆으로 쓱 넘겨주면서 씩! 미소 한번 날려주고 싶다.




에잇, 괜히 상상했다. 현실로 오니 기분이 더 별로다. 거울이 날 보고 웃을까 봐. 그게 걱정이다. 시크는 사라지고  가리기 위해 입는 블랙이다. 가려지는 거 맞겠지. 갖고 있는 컬러는 노란빛이 많은 피부색뿐이다. 안타깝고 슬프다. 이젠 다른 색들과 손잡는 블랙이 되고 싶다. 어쩔 수 없이 혼자 노는 블랙은 별로다. 그만하면 혼자 많이 놀았다. 이제 컬러풀과 친해져 보자. 컬러풀, 컬러풀…. 살을 하루아침에 뺄 수도 없고, 액세서리는 잘하지 않는데. 염색은 뿌리염색을 매번 하는 게 또 쉽지 않다. 아메리카노는 포기 못하지. 립스틱은 작년에 산 게 아직도 그대로다. 휴, 컬러풀을 찾을 수는 있는 걸까. 몸에 컬러를 주지 못하면 컬러풀을 이용해 뭐라도 해야겠다. 뭘 하면 좋을까. 고민만 하다 세월 다 가겠다. 뭘 만들어 볼까. 그려볼까. 끄응. 쉽지 않다. 맞다. 오일파스텔. 작년에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 샀던 72색 오일파스텔이 있었다. 곧 길고 긴 겨울이 시작되는데. 다시 오일파스텔을 시작해 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작년 11월에 처음으로 배웠었는데. 음.. 그때가 생각난다.




22년 11월은 그냥 그랬다.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주변과 공기만 공유할 뿐. 나 혼자였다. 눈을 뜬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보이는 배경은 같았다. 조용하고 무거운. 답답한 공간만 있었다. 가끔 다른 배경인가 싶어 뒤돌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같았다. 머리는 멍해지고 눈과 손끝에는 힘이 빠져갔다. 가라앉고 있는 기분과는 상관없이 시간은 무심히 지나가고 있었다. 기분을 올려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더는 가라앉기 싫었다. 무엇을 찾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찾기 시작했다. 기분을 바꿔줄 무언가가 나타나기를 바라며. 그냥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것을 찾게 되었다. 어, 이건 뭐지. 정말 컬러풀한데. 색이 진짜 이쁘다. 여러 가지 색을 보고 있는데. 그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배워볼까? 고민만 한다고 더 좋은 것이 나타날 것 같지도 않았다. 오일파스텔. 한 번 해볼까. 12색이 마침 집에 있으니. 그래, 그려보지 뭐. 신기한 건.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오일파스텔 온라인 수업이 눈에 들어오는 거다. 관심이 없을 때는 있는 줄도 몰랐는데. 해볼까. 딱 세 글자가 머리에 들어오고 나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신청을 하고 첫 수업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기분이 좋아졌었다. 준비물을 확인해 보니 12색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 마음먹었을 때 한 번 제대로 해봐야지 싶어 오일파스텔 72색과 전용 스케치북을 구입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오일파스텔과 처음 만났었다.




올해 5월에 오일파스텔로 카네이션을 그려본 게 마지막이다. 다시 그려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쿵쾅거린다. 종이 위에 꾸덕꾸덕한 오일파스텔이 칠해지면 기분이 좋아지겠지. 그런데 손가락은 어색해할 거다. 하, 너무 쉬었다. 색이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문질러 줘야 그림이 부드럽게 나올 텐데. 스케치 형태를 잘 잡아야 되는데. 손가락이 낯설어하겠지만. 아마 오일파스텔의 매력에 빠져 금방 적응을 할 수 있을 거다. 5번. 아니, 10번…. 아무튼 그림을 많이 그리면 감각을 찾을 수 있을 거다. 아마도? 음, 안 되겠다. 1일 1 그림을 시작해야겠다. 딱, 66일 습관들이기부터 시작하면 되겠지. 부담 없이 그리면 블랙우먼도 컬러풀에 빠질 거라 믿는다. 그러면 블랙만 보이 던 세상에서 나와 다른 세상을 보게 되겠지. 


시크함이 빠진 블랙우먼은 이제 안녕. 잘 가길. 바이바이.




1일 1 그림을
혼자 하려니
심심할듯해서...
아니, 사실 자신이 없어서...

딸에게
같이 하자고 했어요.

뭐. 약간의 경쟁자가 있으면
하겠지요~^^

그림그리는맘의 영상을 보며 그리다





사진출처: 내 폰 갤러리

그림: 그림그리는맘의 영상을 보고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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