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가 오면 열리는 일기
[퇴행성 디스크와 함께하는 일상에 대한 짧은 생각과 느낌을 일기로 씁니다.^^]
- 달님, 두부면+곤약면 어때요?
떨어진다. 떨어진다. 아니다. 주문을 잘못 외웠다. 줄어든다. 줄어든다. 슈퍼 블루문도 없는데. 참 열심히 빌고 있다. 빌어서라도 줄어든다면 잠자면서도 빌 수 있다. 암, 그렇고 말고. 하지만 슈퍼 블루문을 볼 수 있는 기간은 이미 끝났다. 지난 8월 31일. 슈퍼 블루문이 떴을 때가 기회였는데. 달님 살 빼게 해 주세요. 이런 평범한 주문을 빌다니. 강력한 주문을 구체적으로 빌었어야 했다. 걷기 운동을 하다 본 슈퍼 블루문이 마냥 신기해서. 신비로움에 홀라당 넘어가 버려서. 두리뭉실한 소원이 나와버렸다. 기회는 날리고 사진만 남았다. 1년 중 가장 큰, 한 달에 두 번째로 뜨는 보름달이었는데. 양심 껏 4개월 안에 8kg을 쉽게 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빌었어야 했다. 이름도 슈퍼로 시작하는 달님인데. 달님이 힘 좀 쓰면 한 달에 몸무게 2kg쯤이야. 훗, 웃음이 나올 만큼 쉬울 텐데. 역시 아쉽다. 다음 슈퍼 블루문은 14년을 기다려야 한다. 14년 동안 몸무게가 똑같다면 척추에게 말 걸기 힘들 거다.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하는 거야. 더는 못 참겠다. 탈퇴할 거야. 어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을 토해낼 수도 있다. 아무래도 탈퇴를 막으려면 정신을 차려야겠지.
비나이다. 비나이다. 누구나 달님에게 소원을 빌 수 있다. 머리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빌어보는 소원. 그 간절함이 이루어진 사람은 누구나일까. 달님 소원을 빌면 다 이루어지나요. 저 간절해요. 고개도 많이 숙였어요. 언제 이루어지나요. 내일인가요. 일주일 뒤인가요. 저 급해요. 헛헛. 어이없어하는 달님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여보시오. 아니, 주야장천 말로만 소원을 빌면 어떡하오. 소원이야 당연히 들어주고 싶지요. 깜깜한 밤에 달빛이 비치는 모든 곳에 소원 반짝이를 뿌려주고 싶다오. 하지만, 손바닥도 맞닿아야 소리가 나는 거라오. 소원이 달 혼자서만 땀나게 일한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거늘. 소원을 빈 사람이 행동을 하지 않으면 소원 반짝이는 도착하지 않는다오. 이 달님 속은 일도 몰라주면서 꼭 내 탓만 하는구려. 휴, 이 일도 이제 쉽지 않구나. 음. 달님도 참 힘들겠다. 직업병이 생기면 안 되는데. 듣고 보니 미안해진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는 놀부 심보였구나. 4개월 안에 8kg을 쉽게 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 철없던 나를 잊어주길. 두 손 모아 빌어본다.
9월에 29일에 슈퍼 하비스트문이 뜬다. 농부들이 좀 더 수확할 수 있도록 달빛을 비춰주는 달이다. 이미 달은 소원을 들어줄 준비를 마친 거다. 수확량이 늘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는데. 내 살들을 줄일 수 있게 도와준다는데. 달님이 파업하기 전에 땀을 흘려야 한다. 달님에게 최소한의 성의 표시는 해야 한다. 3주 남았다. 3주 뒤, 슈퍼 하비스트문에게 박수소리를 들을 리포트를 작성해 낼 테다. 식단조절, 운동, 취침/기상 시간을 잘 지킨 리포트를 제출하면 달님 스티커를 받을 수 있겠지. 스티커 5개 중에서 4개는 받을 수 있을 거다. 달님 스티커 획득을 위해 지켜야 하는 1순위는 식단조절이다. 식단조절 없이 달님과 면담을 한다면.... 어, 저런. 님은 식단조절을 안 하셨네요. 안타깝지만 실격입니다. 자, 다음분.... 소원을 말하지도 못하고 쫓겨날 수 있다. 자존감이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와우, 님은 식단조절을 완벽하게 지키셨군요. 1차 관문 통과입니다. 자, 다음분.... 부~웅. 기분이 들뜨겠지. 역시 16시간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기 잘했어. 공복시간을 잘 유지해서 식단조절을 성공할 수 있었던 거야. BTS 정국도 간헐적 단식을 하던데. 한 달에 2kg씩 4개월에 8kg. 멀지 않았어. 할 수 있어. 네, 님은 할 수 있습니다. 달님의 칭찬 릴레이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공복을 유지하는 시간만큼 식단조절을 위해 신경 쓰는 일이 있다. 식사순서와 탄수화물 섭취 줄이기이다. 식사순서는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로 먹어야 한다. 헬스퀘어 커뮤니티에서 얻은 정보이다. 덕분에 밥 먹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채소부터 먹어야지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채단탄 순서로 밥을 먹는다. 역시 식단조절에 관심 있는 분들과 가까이해야 변화가 생기는 거다. 가끔 힘들어서 멍한 상태로 숟가락을 들 때면. 밥을 먼저 먹기도 한다. 몇 번 씹다가 앗차차. 혼자 깜짝 놀라 밥알을 씹다가 멈추기도 한다. 당황하지 않고 씹던 밥알들을 한쪽 볼에 고이 모셔놓고는 채소를 다시 입에 넣는다. 지금이라도 채소를 씹으면 되는 거야. 혼자 토닥이며 채소가 잘 씹히게 신경을 쓴다. 양쪽 볼에 밥알들과 채소들이 각각 자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뭐 하는 건가 싶어 웃음이 나기도 한다. 피식 웃다가 뭐 어때. 내 몸 내가 챙기겠다는데. 채소부터 씹자 씹어. 혼자 중얼중얼거리며 또 열심히 씹는다. 사실 씹다 보면 밥알도 같이 씹이기는 한다. 하지만 최대한 채소를 먼저 씹어서 삼키려고 한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채소를 삼켰으면 단백질 덩어리인 고기도 밥보더 먼저 먹어야 한다는 것. 귀찮아하지 말자. 고기잖아. 이미 넘어간 밥알은 모른 척해주자. 채단탄 순서를 지키면 탄수화물을 확실히 적게 먹는다. 자연스럽게 탄수화물 섭취 줄이기도 성공하는 거다. 달님 들리지요. 채소 씹는 소리가요. 저 노력하고 있어요. 비나이다. 비니이다. 지방이 부디 이 몸에서 탈퇴하게 하옵소서.
지방이 탈퇴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빌며 비장의 무침 요리 하나를 만들어 먹었다. 두부&곤약면 꼬막 골뱅이 무침(with 닭가슴살). 마트에 가면 있는 두부면과 곤약면을 소면대신 사 왔다. 예전에는 두부면? 곤약면? 맛이 있을까. 고민만 하다가 사본적이 없었다. 식단관리하는 커뮤니티분들의 추천으로 먹어봤는데. 괜히 고민했구나. 싶었다. 면요리를 먹고는 싶은데. 탄수화물 덩어리라 손이 떨려 넣을 수 없을 때. 두부면과 곤약면을 원하는 비율로 섞어서 넣으면 된다. 곤약면은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두부면은 포만감을 준다. 골뱅이와 꼬막 같은 단백질은 원하는 것으로 넣으면 된다. 채소는 야채탈수기로 탈탈탈. 견과류가 있으면 고명으로 살살 뿌려주고 비빔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주면 끝이다. 딸에게는 곤약면을 좀 더 많이 넣어주었다. 싹싹 다 먹은 빈 접시를 보니 취향에 맞았나 보다. 달님이 두 모녀의 먹방을 봤다면 웃음이 나왔을 거다. 어쩜 레시피를 물어볼지도 모른다. 식단조절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할만하다. 기분 좋은 포만감이 든다. 이제 좀 걸어야겠다. 달님 스티커를 얻기 위한 2순위는 운동이니깐. 2차 관문인 운동도 통과해야 하는데. 먹었더니 졸리다. 그래도 이번주는 매일 운동 인증을 잘하고 있으니. 오늘도 걸어봐야겠다. 달님 오늘도 밤에 만나요. 걷기 운동을 하면서 소원을 빌어야 하루가 끝나는 느낌이에요.
Q. 오늘은 괜찮나요?
A. 세상에나 1kg 빠졌어요. 풋. 1kg이라 민망하긴 한데요. 계속 늘던 몸무게가 멈추고 빠졌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쁠 수가 없네요. 달님, 한 달에 2kg이에요. 잊지 말아야 해요. 오늘은 일찍 잘게요.~
사진출처: 내 폰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