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정통 파운드, 밀순이의 복수극에 걸려..

뱃살빼고 싶은 나의 일상을 기록해

by 흔적작가


아침부터
정통 파운드케이크를
사버렸다




세상에 어떤 일도 그냥 일어나지 않아요. 지금 제 앞에 있는 정통 파운드케이크가 그래요. 아침부터 이 손가락으로 저 이쁜 아이를 사버렸어요. 건망증. 건망증이 원망스러워요. 아니, 이왕 깜빡한 거. 어, 한 입이나 먹고 기억하던가. 비닐 포장지를 뜯고 접시에 올려놓으려고 손가락을 가지고 간 순간. 저 폭신한 바디를 만져보지도 못하고. 아우. 어떻게 욕 한번 제대로 해줘야 하나요. 왜, 그걸 기억하냐고요. 크기도 아담해서 딱 두 입이면 끝날 아이인데요. 왜, 왜, 왜. 못 먹게 하냐고. 밀순이의 복수극은 무섭습니다. 뇌를 점령한 밀순이가. 자꾸 건망증이라는 무서운 무기로 쳐들어옵니다.




고소한 호두와 아몬드가 있어. 상큼한 후르츠를 더했어. 촉촉하고 진해서 한 입 베어 물면. 스르르 눈껍풀이 감길 거야. 혀에서 느껴지는 글루텐의 촉감이 기분 좋을 걸. 따뜻한 오렌지 보스 티를 호오-오 불며 마셔봐. 행복이 무언지 알게 될 거야. 자, 거의 다 왔어. 이쁘게 인증샷도 찍었지. 물 한잔도 마셨지. 이제 나를 꺼내면 끝나는 거야. 하얀 접시 위에 올려놓고, 포크로 우아하게. 알지. 부스러기가 조금 나올 거야. 괜찮아. 손가락으로 콕콕 찍어서 먹으면 그 또한 매력적일 거야. 그래, 포장 비닐을 열고. 나를, 나를 잡으면 돼. 이제 너의 드레스는 물 건너가는 거야. 크크크. 아니, 뭐 하는 거지. 왜 멈춰. 입 벌려. 먹어. 먹으라고. 왜 이래. 아무도 몰라. 아침부터 카페에 왔잖아. 분위기 있잖아. 다들 먹잖아. 멈추지 마. 건망증, 너 일 안 할래? 어?




무섭네요. 이렇게 글루텐 중독은 무서운 거였어요. 아니, 아쉬운 걸까요. 기운이 빠져요.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도. 눈앞에 정통 파운드케이크가 사랑스럽게 누워있어요. 이제 곧 12시가 돼요. 발레핏 운동을 가야 해요. 일찍 나와서 줌바센터에 놓고 온 핸드폰을 찾고, 약국에 들러서 연고도 사고. 부지런한 오전 시간이었는데. 핸드폰은 찾았지만 집에서 가지고 온 셰이크병은 손에 없고. 먹은 건. 물 한 컵과 오렌지보스티 두 잔.이네요. 운동하다 어지러우면 어쩌죠. 에잇 몰라. 드레스고 모고 먹을 거야. 정신줄 놓을까 봐. 걱정이네요. 그래도 카페에 버리고 갈 수도 없으니. 정통 파운드케이크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 글루텐에 중독돼 건망증이 생긴. 이 뱃살이 죄지요. 너무 허탈해서 키보드 치면서 코어운동 하는 것도 잊었어요. 두 다리가 아주 얌전히 있네요.


눈 앞에 있는 데. 목 먹고 있는 이상황. 슬프다.


이제 9분 남았네요. 발레핏 센터가 바로 옆이라. 이제 가면 돼요. 운동하고 집에 가서 밥 먹어야겠어요. 오~ 혹시나 해서 가방 안을 보니. 한입 영양바가 있네요. 다행이에요. 쓰러지지는 않겠어요. 오늘 하루도 밀순이에게서 뱃살을 지켜볼게요. 저는 운동가요.




이쁜 하얀 발레빠~^^. 힘들었다. 밥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