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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송호연 Aug 23. 2017

창의력과 행복에 대하여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오늘은 출근길에 비가 많이 왔어요-

출근하시면서 등교하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비가 너무 내려서 축축하고 짜증이 나셨나요?
혹은 비오는 날, 사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장면들을 바라보고 감상하셨나요?


이렇게 같은 환경을 겪지만, 우리는 다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자연을 보고 감상하는 감상의 폭은 사람들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박웅현 작가님은 '책은 도끼다'라는 책 안에서 창의력과 행복에 대해 말하며

'감상의 폭'이라는 단어를 꺼내셨습니다.


http://yimay.kr/t4943yysax


'책은 도끼다'라는 책은 인문학과 책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인문학 강독회'입니다. 고전 인문학 책 안의 아름다운 문장들과 숨겨진 보석들을 찾아주는 가이드와 같은 책이죠.


이 짧은 문단이 박웅현 작가님이 이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소개해주고자 하는 취지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 같아 여러분께 공유해드립니다.




광고 일은 소림무술영화 같은 겁니다. 이론을 읽고 느낀 걸 잘 정리하면서 배우지만, 그것이 발상에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일목요연한 정리도 좋지만, 아이디어를 내는 건 현장입니다. 만약 이연걸이 소림사에서 무술을 배우고 내려와 싸움을 하게 된다면 싸울 때 배운 대로 될까요? 소림사가 등장하는 무술영화를 보면 소림사의 넓은 마당에서 상대와 마주보고 인사한 후 싸움을 시작합니다. 정해진 규칙이 있어요. 그러나 실제로 싸울 때는 그렇지가 않아요. 일도 마찬가지죠. 그런 규칙은 없습니다. 상황이 다 달라요. 모든 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니까요. 소비자의 반응, 경쟁사의 반응에 따라 다 달라집니다. 적이 내가 밥 먹고 있다고 해서, "그럼 너 밥 다 먹고 싸우자. 조금 있다가 마당으로 나와"라고 하지 않습니다. 밥을 먹고 있는데 표창이 날라오고 만두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발이 날아와요. 그럼 그걸 쳐내야 하잖아요. 걸어가고 있는데 공격해올 수도 있고, 그러다 절벽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고 말이죠. 순발력입니다.


우리가 배우는 이론 대부분은 소림사 마당입니다. 그 마당에서는 기본만 익히는 거예요. 생각의 기초체력만 기르는 겁니다. 수많은 경우의 수들을 이론으로 전부 다 정리해놓을 수는 없어요. 그 모든 것들을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다른 일들도 그렇겠지만, 광고는 특히 변수가 많은 일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요즘 강의할 때 광고에 필요한 발상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실은 책이나 수업이 아니라 회의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는 것은 '일상'입니다. 일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대처 능력이 커지는 것이죠.


요즘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고수들이 일상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구나 싶습니다. 박재삼이, 존 러스킨이, 헬렌 켈러가 같은 생각을 했어요. 사과가 떨어져 있는 걸 본 최초의 사람이 뉴턴이 아니잖아요. 사과는 늘 떨어져 있지만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은 겁니다. 상황에 대한 다른 시선, 절박함이 사과를 보고 이론을 정리하게 했죠. 답은 일상 속에 있습니다. 나한테 모든 것들이 말을 걸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들을 마음이 없죠. 그런데 들을 마음이 생겼다면, 그 사람은 창의적인 사람입니다. 두 시간 강의에서 한 권의 책으로 제가 가르칠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 여러분 안에 씨앗이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나한테 울림을 줬던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창의성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모두 창의적이 되어야 하는거죠? 저는 광고를 해야 하니까 창의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창의성과 관련 없지만 가치 있는 일도 꽤 많잖아요. 그런데 이게 왜 필요하느냐, 왜 다들 굳이 배워야 하느냐? '직업'의 범주를 벗어나 '삶'의 맥락에서 볼 때, 저의 대답은 창의적이 되면 삶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풍요'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생각해볼까요? 풍요로운 삶이라 하면 대부분 성공한 삶을 떠올려요. 그럼 성공한 삶이 무엇이냐에 대한 개념 정리를 한번 해봅시다. 성공한 삶이라는 게 뭘까요? 일단 당장 성공한 삶이라면 외제차, 좋은 집, 돈이 떠오르겠죠.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세요. 돈만 많은 사람과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의 표정을 떠올려보세요. 진짜 어떤 것이 풍요입니까? 최고급 샴페인과 캐비어를 매일 먹을 수 있는 삶이 풍요로운 삶일까요? 그가 죽을 때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고 만족할까요? 햇살과 나뭇잎의 아름다움 하나 보지 못해도 최고급 샴페인과 캐비어만 있으면 행복한 삶일까요? 행복은 순간에 있습니다. 중국의 옛 시 중에 이런 시가 있습니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 작자 미상


봄을 찾아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는데 정작 봄이 집 매화나무 가지에 달려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 '봄'을 '행복'으로 바꿔서 읽어보세요. 모두 멀리 보고 행복을 찾는데 행복은 지금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삶은 순간의 합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삶을 레이스로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때는 명문 중학교를 가야죠. 명문 중학교를 가면 면 행복해질 거야, 명문 중학교 갈 때까지만 희생하자. 명문 중학교 가면 외고에 가야 해요. 외고 갈 때까지만 희생하자. 그럼 행복해질 거야. 외고를 가면 서울대를 가야 하고, 서울대에 가면 대기업에 가야하고 대기업에 들어가면 부장이 되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나이가 일흔이에요. 레이스가 된 삶은 피폐하기 이를 데 없죠. 왜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그래서 저는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행복은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그러나 풍요롭기 위해서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풍요와 빈곤이 나뉩니다. 그러니까 삶의 풍요는 감상의 폭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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