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ris송호연 Aug 14. 2017

가치중립적인 '팩트'란 없다

사실이라고 함부로 말해선 안된다

오늘 단골 카페에 가서 판사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다. 

단골이라고, 음료 하나를 서비스로 줬다. ㅎㅎ



가장 와닿았던 두 문단을 소개해주고 싶다.  




요즘 인터넷 일각에서 흔히 보는 '팩트는 팩트다'라거나 '개취(개인 취향) 존중' 운운의 논리다. 그러나 세상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미국 백인이 '슬럼가 흑인이 더럽고 불쾌한 것은 사실 아니냐'고 개인적 의견을 말하는 것은 인간을 노예로 사냥한 역사와 빈부격차, 불평등이라는 맥락에 대한 무지다. 인간 세상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가치중립적인 '팩트'란 없다. 그걸 생각한다면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더 심각한 것은 '왜 선비인 척하느냐'는 한마디다. 요즘 인터넷에는 '선비질'이라는 용어가 횡행한다. '선비'가 모멸적 용어인 세상이다. 위선 떨지 말라는 뜻이다. 속시원한 본능의 배설은 찬양받고,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위선과 가식으로 증오받는다. 그러나 본능을 자제하는 것이 문명이다. 저열한 본능을 당당히 내뱉는 위악이 위선보다 나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위선이 싫다며 날것의 본능에 시민권을 부여하면 어떤 세상이 될까.




나는 어렸을 적에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때, 상당히 문화충격을 받았었다. 또래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나 폭력에 놀랐고, 짱에게는 비굴하고 약한 친구들에게는 한없이 잔인한 친구들이 너무 낯설었다.


친구들은 자신보다 약하고 인기없는 친구들을 놀린다. 


친구들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종종 "사실은 사실이잖아?" 라는 논리로 자신을 정당화한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 항상 적절한 일일까? 물론 거짓말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사실여부를 떠나서, 그 사실을 말하는 사람의 '마음의 동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우리는 상대방이 무슨 동기로 그런 말을 하는지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다. 


상대방이 미워서 상처주고 싶어서 하는 '사실'은 그대로 상대방의 가슴에 꽂히게 된다.


가치중립적인 '팩트'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창의력과 행복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