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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송호연 Aug 31. 2017

고독 전문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 홍인혜

단독여행자에게 혼자라는 외로움이란 배고픔, 목마름, 피곤함과 같이 어느 순간부터 그저 늘 함께하는 생활 감정이 된다. 거리를 걷다가도 문득 외롭고, 책을 읽다가도 이따금 고독하고, 공연을 보다가도 때때로 쓸쓸한 것이다.


하지만 늘 마음 한편에 고여 있는 이 고독감에 점차 익숙해지다보면 나름의 평화가 구축된다. 하나의 완벽한 생태계처럼 외톨이로서의 세계가 확립되는 것이다. 식사도, 음주도, 산책도 홀로 하는 고즈넉한 생활, 외로움마저 이 평화의 일부가 되어 혼자라는 상태에 만족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실제로 이 혼자라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 절약 효과가 있다. 둘 사이에 흐르는 정적마저 편안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가 아니면, 나는 이따금 타인과의 대화 중간에 찾아오는 침묵이 두렵다. 텔레비전에 얼마간 소리가 안 나오면 이를 방송사고라 하는 것처럼, 대화 사이에 공백이 생기면 한없이 초조해지는 것이다. 머릿속 여러 개의 방을 바쁘게 오가며 화제를 찾아내 귀를 잡고 끄집어낸다. 그리고 내 화제에 대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적절한 반응을 하려 노력해야 한다. 너무 시큰둥하지도, 너무 호들갑스럽지도 않게.


물론 이런 교류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많고 때로는 즐거움도 주지만,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는 건 확실하다. 세상에는 혼자 있건, 때로 있건 자기 페이스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나는 청력검사에 쓰는 울림쇠처럼 타인에게 쉽게 공명하고 나의 파장을 흐트러뜨리고 만다.


하지만 혼자라는 것은, 나만의 완전한 세계를 일그러뜨릴 타인이 아무도 없다는 걸 의미한다.

...

그런 가운데 나는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다. 한정된 에너지를 오직 나에게 쏟아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눈치를 보고 신경을 쓸 타인이 하나도 없는 생활의 연속, 여행지에서도 다양한 인연을 만나고 새로운 교류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런 재능이 없다. 난 그저 극한까지 혼자가 되고자 이 먼 나라로 찾아왔나보다.



잠이 오질 않아서-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었다.

위 글은 홍인혜 작가의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책 내용의 일부이다.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숨겨있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었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부터 대학생 중반까지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그렇게나 부러웠다. 쉽게 어울리고, 나서고 분위기를 이끌고 즐길 줄 아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마치 내향성이 열성인자인 것 처럼 생각해왔다.


그러다가 나는 언제부턴가 있는 그대로 내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왜냐고? 구체적인 계기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표현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대학생 새내기들이 어울리지 않는 사복과 어색한 화장을 하고 다니는 것처럼, 나는 그 전까진 아직 내 몸에 맞는 옷을 찾지 못했다고나 할까?


나는 어느새 내 자신, 내향적이고 고독하고 나만의 세계가 있는 내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서 피상적인 농담을 주고 받는 것보다는, 친한 사람 혹은 존경하는 분과의 깊이있는 대화가 좋다. 새로운 것을 시간을 들여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릴렉스하고 오랜 시간 집중하는 것을 잘한다. 음악을 좋아하고, 예술을 좋아한다. 특히나 뮤지컬은 다 챙겨볼정도로 사랑한다.


나는 내향적인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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