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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송호연 Sep 26. 2017

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상업주의의 침략에 대하여


복권 사업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복권 구매는 자발적 선택에 근거한 자유로운 행위가 아니다. 복권사업에서 가장 큰 수익을 창출하는 즉석게임(스크래치 복권이나 5분 간격으로 추첨이 이루어지는 키노 등)은 사람들을 도박 행위에 끌어들이는 가장 큰 유혹이며, 카지노나 경마 못지않게 인기를 얻고 있다. 도박중독자 치료모임에 가입하는 복권 중독자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매일 1,500 달러의 즉석복권을 긁어 노후자금을 모두 탕진하고 신용카드 11개가 마이너스가 된 사람들도 많다.


한편 주정부도 도박꾼 못지않게 복권에 중독되어 버렸다. 메사추세츠 복권 수익은 주정부 수입의 무료 13%를 차지한다. 복권의 나쁜 점을 아무리 잘 인식하는 정치인이라 할지라도 (복권사업을 철회하는 대신) 세름을 올리거나, 복권사업이 안겨주는 수익이 없어도 운영에 문제가 없을 만큼 정보 지출을 줄이려고 하지는 않는다.


복권사업의 수익에 중독되어 있는 주정부는 시민들에게 노동윤리와 희생정신, 민주주의적 삶을 지탱하는 도덕적 책임과 반대되는 메시지를 계속 퍼부을 수밖에 없다(특히 그 메시지를 가장 쉽게 흡수하는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공공영역의 타락은 복권이 야기하는 가장 중대한 해악이다. 복권은 공동선의 질을 떨어뜨린다. 정부가 삐뚤어진 시민 교육을 제공하는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 많은 돈과 원활한 정부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제 미국의 주 정부들은 자신의 권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헛된 희망을 퍼트려야만 하는 형편이다. 도덕적 시민의식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운만 조금 따라주면 불행한 운명에서 벗어나고, 끝없는 노동의 악순환에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다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 30p 왜 도덕인가? - 마이클 샌델 지음, 한국경제신문




학교를 무대로 한 상업주의의 침략은 분명히 문제가 된다. 먼저, 기업이 후원하는 대부분의 학습자료들은 선입견과 왜곡된 시각, 피상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미국소비자연맹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학교에 제공되는 무료 자료들의 약 80%가 기업 광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채널원을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뉴스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시사나 뉴스 정보를 얻고 이해하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채널원이 내보내는 방송의불과 20%만이 시사 정치 경제 문화를 다루고, 나머지는 광고 스포츠 날씨 자연재해 정보 등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설령 기업들이 광고 목적과는 무관하게 뛰어난 수준과 질을 갖춘 학습자료를 지원해준다고 해도 교내 상업광고는 여전히 유해하다. 그것은 학교의 존재 이유와 목적 자체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광고는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부추긴다. 하지만 그 욕구를 되돌아보고 자제하게 이끄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광고의 목적은 소비자를 최대한 끌어당기는 것이며 공교육의 목적은 제대로 된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다.


- 68p 왜 도덕인가? - 마이클 샌델 지음, 한국경제신문



딱 한 문장이 와닿았다.


광고는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부추긴다.
하지만 그 욕구를 되돌아보고
 자제하게 이끄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광고의 목적은 소비자를
최대한 끌어당기는 것이며

 공교육의 목적은
제대로 된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다.
- 마이클 샌델

광고는 사람의 욕구를 자극하여 끌어당기고, 교육은 욕구를 되돌아보고 절제할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은 고객의 욕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문득,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해주는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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