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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송호연 Oct 18. 2017

인생을 위해서 공부한다

라틴어 수업 - 한동일


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공부한다.

세네카가 말한 이 문장에 대한 로마 발음과 고전 발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로마 발음 : 논 스콜래, 세드 비때 디쉬무스

고전 발음 : 논 스콜라에 세드 위이타에/바타에 디스키무스


...


세네카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언어 학습의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외국어 영역의 지문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외국인들조차 그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고 수험생들은 한국어로 해석된 것을 읽어도 헷갈려 합니다. 10년 가가이 해온 외국어 공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시험 문제를 맞히기 위한 것이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독해력을 평가할 목적이라면 차라리 잘 쓰인 역사, 철학, 문학, 예술 등의 고전을 읽히고 가르치는 편이 훨씬 가치 있을 겁니다.


언어 학습의 목적을 이야기하는 것은 학습의 방향성이 다른 학문들에도 좋은 나침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식, 즉 '어떤 것에 대해 아는 것' 그 자체가 학문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앎의 창으로 인간과 삶을 바라보며 좀 더 나은 관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 점이 바로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라는 말에 부합하는 공부의 길이 될 겁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학교와 집에서 "공부해서 남 주냐?"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하지 못했던 대답을 지금은 자신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공부해서 남을 줘야 할 시대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더 힘든 것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의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한 공부를 나눌 줄 모르고 사회를 위해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소위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자기 주머니를 불리는 일에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착취당하며 사회구조적으로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는 무신경해요.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과 자기 가족을 위해서는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어려운 사람들의 신음소리는 모른 척하기 일쑤입니다. 엄청난 시간과 열정을 들여 공부를 한 머리만 있고 따뜻한 가슴이 없기 때문에 그 공부가 무기가 아니라 흉기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물론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꿈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부한 사람의 포부는 좀 더 크고 넓은 차원의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만 생각하기보다 더 많은 사람, 더 넓은 세계의 행복을 위해 자기 능력이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한 차원 높은 가치를 추구했으면 좋겠습니다. 배운 사람이 못 배운 사람과 달라야 하는 지점은 배움을 나 혼자 잘 살기 위해 쓰느냐 나눔으로 승화시키느냐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워서 남 주는' 그 고귀한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한 지성인이 아닐까요?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인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지식을 나누고 실천할 줄 모르면 지성인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공부를 해나가는 본질적인 목적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왜 공부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공부하는가?' 스스로에게 되묻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 라틴어 수업, 한동일 지음, 흐름출판




존경하는 최광철 교수님의 수업에서의 한 마디가 기억이 난다. 여러분이 좋은 교육을 받은 만큼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할 수 있는 그릇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조직의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 사회를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셨다.


그 수업에서 작성했던, 미션과 비전 선언문을 아직도 갖고 있다. 그 짧은 글은 내가 목적을 잃고 길을 잃으려고 할 때마다 생각이 난다. 그렇게 나의 길을 바로 잡아준다. 아직, 나는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기도 벅찬 작은 그릇이지만, 언젠가 미션에 적힌 글처럼 나도 다른 사람들을 책임지고 돕고 이끌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은 고3 때처럼 공부를 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이렇게나 즐거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공부를 하는 목적은 환기시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인상 깊었던 두 문장을 적어보겠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목적은 어떤 것을 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즉 '어떤 것에 대해 아는 것' 그 자체가 학문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앎의 창으로 인간과 삶을 바라보며 좀 더 나은 관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 라틴어 수업, 한동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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