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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송호연 Jan 31. 2018

중용(中庸)

군자는 행해야 할 때(時中)를 알고, 소인은 기탄없이(無忌憚) 행한다.

사서오경중의 하나인 중용(中庸)은 공자의 친손자인 '자사'가 집필하였다. 

논어보다는 분량이 적지만, 아름다운 표현들이 많아서 나에겐 더 인상적이었다.


중용이라는 말을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중용을 정의한 철학자 두 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각각 동서양의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이다. 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한 명은 공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윤리학]에서  중용(The Golden Mean)에 대해서 한 말을 들어보자.

탁월성은 이성적 선택과 결부되어 굳어진 품성의 상태이며, 중용, 즉 우리 삶과 상관관계에 있는 중용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이 중용은 어떠한 합리적 원리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실천적 지혜를 가진 사람은 그 이성적 원리에 의하여 그리고 행위와 관련하여 결정함직한 방식으로 중용을 결정하게 된다. 중용이란 어디까지나 두 악덕 사이의 중용이다. 하나의 악덕은 과도함에 의존하고, 또 하나의 악덕은 결핍에 의존한다. 그리고 또 그것이 중용인 까닭은 악덕은 우리의 감정과 행위에 있어서 옳은 것에 미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넘어서지만, 탁월함(덕)은 중간의 것을 발견하고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탁월함은 그 실체와 본질을 규정하는 정의에 있어서는 중용이지만, 최선의 것과 가장 옳은 것을 추가한다는 점에서는 정점(극단)을 따르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윤리학, Bk, II, Ch.6, 1107a 1~8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중용은 중도이며, 양 극단을 악으로 정의하고 중간을 최선으로 정의하였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중용을 바로 이러한 해석으로 이해하고 계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소개할 공자의 중용(中庸)은 이러한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 자사의 책, 중용이 다루는 내용이 많지만, 그 중 마음에 와닿았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02-01仲尼曰: 「君子中庸, 小人反中庸.
02-02君子之中庸也, 君子而時中; 小人之中庸也, 小人而無忌憚也.」
중니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의 행위는 중용을 지킨다.
그러나 소인의 행위는 중용에서 어긋난다.
군자가 중용을 행함은 군자다웁게 때에 맞추어 중을 실현한다.
그러나 소인이 중용을 행함은 소인다웁게 기탄함이 없다."

- 중용, 자사, 제 2장 시중장


(여기서 나오는 '중니'라는 표현은 공자를 극한으로 존칭하는 표현이다. 흔히 아는 공자왈과 같은 표현이다.)


공자는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을 바로 '중용'에서 찾았다. 군자는 때에 맞추어(時中, 시중) 중을 실현한다고 한다. 그리고 소인은 행하는데 기탄이 없다(無忌憚, 무기탄)고 한다. 


인간은 시간 가운데서 역사를 만들어낸다. 우리 인생은 시간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같은 일이라도 세상의 때에 맞게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제갈량은 적벽대전에서 바람의 방향을 읽고 안개가 낄 시기를 예측하였다.

우리가 제갈량을 위대하게 생각하는 것도, 

그가 때와 시를 알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업가들은 항상 자신이 타이밍을 잘 잡았으며, 자신이 성공한 것은 행운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도 때와 시가 맞았기 때문이며, 인연이라는 것도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일상의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는 장례식장에 가서 웃지 않고, 결혼식에 가서는 울지 않는다.
우리는 각 때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하고 살아간다. 


군자는 행해야 할 때(時中)를 알고,
소인은 기탄없이(無忌憚) 행한다.

군자는 그 자리에 처하여 그자리에 합당한 행동에 최선을 다할뿐, 그 자리를 벗어난 환상적 그 무엇에 욕심내지 않는다. 부귀에 처해서는 부귀에 합당한 대로 도를 행하며, 빈천에 처해서는 빈천에 합당한 대로 도를 행하며, 이적에 처해서는 이적에 합당한 대로 도를 행하며, 환난에 처해서는 환난에 합당한 대로 도를 행한다. 군자는 들어가는 곳마다 스스로 얻지 못함이 없다. 윗자리에 있을 때는 아랫사람을 능멸하지 아니 하며, 아랫 자리에 있을때는 윗사람을 끌어내리지 아니 한다. 오직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할 뿐, 타인에게 나의 삶과 상황의 원인을 구하지 아니 하니 원망이 있을 수 없다. 위로는 하늘을 원망치 아니하며, 아래로는 사람을 허물치 아니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평이한 현실에 거하면서 천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위험한 짓을 감행하면서 요행을 바란다.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유사함이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 중용, 자사, 제 14장 불원불우장


군자가 행해야 할 때(時中)를 안다는 개념은 이렇게도 확장될 수 있다. 군자는 자신의 자리에 합당한 일을 한다. 자신의 영역을 벗어난 일을 함부로 행하지 않는다. 윗자리에 있을 때에는 아랫사람을 능멸하지 않고, 아랫 자리에 있을 때는 윗사람을 끌어내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허물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구한다. 


마지막으로, 중용의 마지막 장의 앞부분을 소개해주고 싶다.

시에 가로되: "화려한 비단옷을 입었네. 그 위에 망사 덧옷을 드리웠네." 이 노래가사는 그 문채가 너무 과도하게 드러나는 것을 싫어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언뜻 보면 어두운 듯하지만 날이 갈수록 찬연하게 빛나며, 소인의 도는 언뜻 보면 찬란한 듯하지만 날이 갈수록 빛이 사라진다. 군자의 도는 맛이 담박하지만 싫증나지 않으며, 간결하지만 치열한 질서가 있으며, 온화한 빛이 흐리게 감돌지만 그 내면에 정연한 조리가 있다. 아무리 먼 것도 가까운 데서 시작함을 알고, 아무리 세찬 바람도 이는 곳이 있음을 알고, 아무리 미세한 것이라도 그것이야말로 잘 드러나는 것임을 안다면 나아가 덕을 닦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는 말한다: "물고기 물에 잠겨 깊게 꼭꼭 숨어있네. 그렇지만 물이 맑아 너무도 밝게 잘 보여라!" 이와같이 내면을 숨길 길이 없으므로 군자는 안으로 살펴보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고, 그 마음의 지향하는 바가 미움 살 일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범인들이 미치지 못하는 군자의 훌륭한 점은 오로지 타인들이 보지 못하는 그 깊은 내면에 있는 것이로다!

- 중용, 자사, 제 33장 무성무취장


중용의 도가 있는 군자는 스스로를 화려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자사는 우리에게 스스로 드러내지 말고 겸손한 자세를 갖으라는 말을 하며 책을 끝마친다.


중용 원문 한글 역자

도올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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