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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Sep 25. 2020

87.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것 - 1

6월 중순쯤 되었을까? 소장님이 갑자기 대회의실로 나를 불렀다. 

거기선 다른 부서 사람들이 카메라 촬영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저에게 카메라에 대한 여러 가지를 물어보시더니 갑자기 소장님께서 

“요번 주 일요일에 시간 돼?”라고 물어보셨다. 

“네..”

소장님은 약간 권위적이고 답정너 같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사실 대답한 순간 아차 싶었다. 예전에 서책임이 다른 부서에서 나에게 바로 업무 지원을 요청하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책임님께서 다른 부서에서 그런 요청이 있을 시 확답을 주지 말고 “책임님과 상의 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라고 했다. 근데 내가 그 자리에서 확답을 한 것이다. 


그 소식은 바로 책임님 귀에 들어왔고 책임님은 내가 그 자리에서 업무 지원을 수긍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소장님은 이번 주 일요일에 촬영을 가라는 눈빛과 말투로 나를 대했고 나는 거절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책임님은 그것들을 고려하지 않았고 나에게 무조건 ‘그 자리에서 확답을 주지 않았어야 한다.’라고 말하고선 모든 잘못을 나에게 떠넘겼다. 


다른 부서와 우리 팀과의 갈등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다른 부서에서는 우리 팀에게 종종 업무 지원을 요청해왔다. 우리의 업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쪽에서 우리 팀에게 ‘대표님 지시사항으로 꼭 해줘야 하는 업무’라고 넘긴 업무도 많았다. 그럴 때 서책임은 

‘우리 업무가 지금 너무 많으니 저쪽 업무는 기본적인 것만 해주고 넘겨요. 저희는 저쪽 팀 업무를 지원하는 개념으로 일하는 거니까’라고 말했고 


나는 책임님의 지시사항에 따라 기본적인 것만 업무를 해주고 업무를 요청한 부서에 결과물을 넘겼다. 

그러자 그 부서에서는 

“왜 이렇게 대충 업무를 해왔냐?”라고 따져 물었다. 내가 우리 팀의 사정과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먹히질 않았다. 

“이것도 우리 회사 일 중에 하나예요.”라고 오히려 반박했다. 

이렇게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져나가는 상황 때문에 나는 점점 지쳐갔다. 

사내에서 정치적인 문제들은 어딜 가나 있게 마련인데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일에 있어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도 눈치를 보며 일을 한다는 게 너무 싫었다.   


회사 생활이 힘든 이유는 업무 스트레스 보단 사람 스트레스라는데 유독 전 직장에서는 사람 스트레스가 심했다. 하지만 회사라는 곳은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에 맞는 일을 하는 집단이고, 그 여러 사람들이 이해관계가 얽힌 곳이기 때문에 사람 스트레스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말 사내 정치는 회사에서 필요악의 존재인 걸까? 회사에서는 자기 업무 외에 사람과의 관계를 잘 정립하는 것도 능력으로서 꼭 필요한 걸까? 난 아직 거기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일 경우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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