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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Jan 29. 2019

27. 통장 잔고가 바닥나는 것보다 더 괴로운 것

사회인이 된 지는 벌써 5년.
몇 번의 입퇴사를 반복했다.
한때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재밌는 짤이 있었다.
딱 그 모습이 내 모습이었다.

퇴사를 할 때마다 늘 기분은 좋았다.
항상 퇴사 후에 1주 정도는 원 없이 놀았다.  
노는 게 한 주 한 주 누적이 되면
모아둔 돈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근데 바닥을 드러내는 통장보다 더 무서운 것이 따로 있다.
바로 백수 생활에 익숙해지는 내 모습.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처음에 노는 내 모습이 신선하고 새로워도
금세 그 생활에 익숙해지고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간다.
꿈을 이루겠다고, 무언가 해내겠다고 뭔가를 해나가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근데 거기서 멈춰버리면 그냥 놀아버린다.


문제는 그 생활에 익숙해져 꿈을 위해 자유롭게 할애할 수 있는 내 시간도
하루하루 의미 없이, 특별한 날 없이 흘러가는 것.
느지막이 오후 12시를 넘겨서 일어나도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뒤척거리다 1~2시쯤 점심을 먹고 어영부영 폰을 만지다가
컴퓨터를 만지다가 보내면 시계는 어느덧 5~6시를 훌쩍 넘겨버린다.
그리고서 "뭔가 해야지?"라고 자각을 하다가
"저녁 먹고 하자"라고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또 이리저리 밥 먹은 후 TV 보고 인터넷을 만지작거리면 그냥 하루가 딱 의미 없이 가버린다.
잠잘 시간이 되었을 때 그 사실을 알고 후회하지만 하루는 이미 갔다.


또 무서운 것 하나 더 있다.
같이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
직장에 다닐 땐 좋은 싫든
일적인 얘기든 사적인 얘기든 얘기를 하게 된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데 백수가 되면 얼굴 마주 보며 얘기할 사람이 누구도 없다.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으니 괜히 인스타나 페이스북을 만지작거리고
가끔 지인들의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다른 사람들은 잘 나가고 있는데 나만 뒤처지는 거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퇴사를 하고 나서 통장 잔고가 바닥을 치는 것보다 무서운 건  

꿈을 이뤄가는 길목에서 주저앉아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
그리고 그 길에서 같이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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