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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Feb 21. 2019

44. 주말 출근에 대한 회고록 - 1

어느 월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주말에 회사에서 큰 행사가 있어서 촬영을 가야한다고
S책임님이 단체 카톡으로 말씀하셨다.

요번주 토, 일요일에 촬영가실분
오늘 퇴근 전까지 말씀해주세요.

당연히 선뜻 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L대리님이 불러서 회의를 하였다.
L대리 : 요번주 주말에 다들 시간이 어떻게 되세요?
J대리 : 요번주 금요일날 친구 결혼식 때문에 지방 내려 가야해요.
L대리 : 음.. 그럼 J대리님은 안되겠고, 여PD는 어떻게 되세요?


순간 조금 망설였다.
여PD : 전...아무 일정 없어요..
L대리 : 음. 그럼 여PD가 가는 걸로 해야겠네요. J대리님도 한 번 가봐야 되는데..
J대리 : 그러게요.


거짓말이라도 할까? 말까?를 그 찰나의 순간에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퇴근 30분 전.
단체 카톡이 하나 왔다.
S책임 : 주말 촬영은 누가 가기로 했나요?
L대리 : 여PD요.
S책임 : 네~


순간 막막했다. 그주가 너무너무 바쁜데다가 주말에 촬영을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싫었다.

'진짜 거짓말이라도 한 번 쳐볼껄...
J대리도 자기가 지방에 결혼식이 있는지 어떤지 어떻게 알아?'


그렇다. 설마 내가 그날 지방에 간다고 해도 그 진위여부를 쏙쏙들이 다 파악을 할까?
그치만 이미 정해졌는걸. 주말에 일하러 가야한다. 그것도 지방에서 하루를 숙박해야 한다.




L대리가 토요일에 잠깐 가서 도와준다고 운을 띄웠지만 결국 금요일에 해야할 것들을 알려주고선 단체카톡으로 말했다.


주말 촬영은 여PD 혼자가게 되었습니다.

뭐 애초에 기대도 안했다. 안도와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냥 주말 수당이나 벌자'고 생각하고 차를 끌고 날씨가 유난히도 좋았던 지난 토요일 오후, 난 지방 출장을 갔다. 지방 출장을 가는 내 모습은 마치 정말 도축장에 끌려가는 돼지 같았다. 가는 내내 '너무 가기 싫다.'를 마음 속으로 수백번 외쳤던 것 같다.


출장지에 도착해서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바로 촬영 세팅을 해야 했고 행사 장면을 쉴 틈없이 촬영해야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고 시계는 어느덧 10시를 향했다.
난 녹초가 다 되었는데 빨리 들어가서 자고 싶은 마음밖에 없는데 회식 장소로 오라고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식 장소로 간다.

맥주캔을 서로 부딪히며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다.
그래도 같이 출장오신 회사 직원 분들이 다들 나에게 '오늘 너무 수고 많았다'고 한 마디를 하니 그래도 마음이 좀 녹는다.
출장온 마음이 완전히 풀어지지는 않지만 위안은 된다.


다음날.
아침 8시 반부터 또다시 강행군의 시작이다.
강연이 5개나 있는데 5시 반에 모든 일정이 마무리가 된다.
5시 반까지 정말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도 이렇게 수고하는 나를 위해 항상 쉬는 시간 마다 간단한 주전부리를
챙겨주시는 회사 동료 분들이 있었다. 없던 힘이 난다.


드디어 마지막 강연,
조금 여유를 챙겼다. 왜냐면 조금 이름 있는 개그맨이었기 때문에 외부촬영이 안된다고 했기 때문에 촬영을 하지 않았다. 그분이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는데 조금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저는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을 위기까지 왔었어요.
그때부터 생각했어요. 난 단 1초도 내 인생을 끌려다니면서 살지 않겠다고
여러분이 잘 살기 위해선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해요.

사실 난 그분 말대로 지금 이 순간, 인생을 끌려다니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인 것 같았다.
내가 원치 않게 이곳에 출장을 왔고 수동적으로 일하는 내 모습을 내 자신이 발견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닌데. 나도 끌려다니지 않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그 분의 강연을 듣고 계속 맴돌았다.
'나는 누구지?',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정말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겠다.


좋은 강연을 끝으로 행사는 모두 끝났다.
마지못해 출장에 끌려왔지만 2가지의 다짐을 굳건히 할 수 있었고, 1가지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첫번째, 절대로 회사에 끌려다니는 삶을 살지 않겠다.
두번째, 그래도 회사에는 따뜻한 사람도 많아서 다닐만 하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나의 강점을 앞으로 더욱 살려서
반드시 회사를 나와 자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출처 : pxhere no copyright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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