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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Feb 27. 2019

49. 파랑새 증후군

한 번은 J대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 회사 다니는 거 너무 싫고 우리나라 사회가 너무 싫고 이민 가고 싶어."

과연 이민을 가면 상황이 나아질까?
난 외국에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지금 현실이 싫어서 도피하는 개념으로 이민을 간다면 분명히 후회할 거라고 본다.


때는 4년 전,
파리의 로댕 박물관 정원에서 민박에서 만난 동행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동행은 영국에서의 유학생활을 끝내고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다고 하니 난 "좋으셨겠다~"라고 부러운 말투로 말했다.
(난 그만큼 영국에서의 여행이 너무 좋았고 영국에 대한 건 좋은 기억밖에 없었다.)
근데 그 동행의 말은 의외였다.
"영국 생활 어려워요. 요즘 영국인들도 취업이 잘 안돼요."
"그리고 물가며 렌트비며 생활비가 너무 비싸요. 제가 살았던 집이 런던에서 2존 (Zone 2) 끝자락 (서울로 비유하면 도봉구, 노원구 정도)에 있었는데 한 달 집 렌트비가 600파운드 (그 당시 환율로 75만 원 정도) 했어요. 생활비 아끼려고 외식은 거의 안 했고요.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어요. 저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었는데 어떤 애들 보면 400파운드에 집 같지도 않은 집에 사는 유학생들도 되게 많아요."


2년 전. 미국 LA에 살고 있는 친한 동생에게 막연히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LA에 가서 허드렛일 같은 거 하면서 여행하고 싶은데, 거긴 어때?"
그 친구 왈
"LA에 오시려고요? 아마 엄청 힘드실 거예요. 일을 한다면 한인타운이 다일 텐데.
여기선 취업비자 없으면 일 못해요. 되게 그 부분에 있어서 엄격하거든요. 한인타운 가서 불법으로 일할 순 있지만 거의 최저시급 받아요. 막노동 같은 것도 거의 히스패닉 같은 사람들 써요."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정말 심각했다.


몇 달 전
지금 베트남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한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그 친구에게 "베트남 생활은 어때?"라고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그냥 사는 건 다 똑같아. 나야 직장이 받쳐주니까 여기 사는 거지. 어학원에 가보니까 진짜 별생각 없이 온 사람들 너무 많더라고. 근데 외국 생활 화려한 것만 보고 오다간 개망해.ㅋㅋ"


여기서 말한 사례가 다가 아니다.
한국에서 통하는 상식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요즘 외국에서 산다는 것에 막연히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겨서 유튜브 같은 것을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거기서 말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어떤 면에선 외국보다 살기가 좋다는 것을 느낀다.

https://youtu.be/DdFSzLxdmOM


한국의 사회 시스템에 몇십 년 동안 적응해서 살던 사람이 이민을 가서 그 나라의 시스템에 맞춰 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것 같다. 시스템뿐만 아니라 문화, 사고방식 등등에서 계속해서 부딪힐 것 같다.
결국 한국생활에 있어 불평불만을 갖고 사는 사람은 외국에 가서 생활해도 그 나라에 대한 불평불만을 가지지 않을까?

결국 지금 회사 생활이 힘들어서, 한국 생활이 힘들어서 도망치듯 떠난다면 크나큰 불행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자기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잘해야 그 자리를 훗날 떠난 후 다른 곳에서도 잘 할 수 있다.  
만약 정말 다른 곳에 이상향을 찾아 떠나고 싶다면 떠나라.
물론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각오는 해야 한다.

출처 : pxhere no copyright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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