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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Mar 11. 2019

53. 52시간 근로라고요?!

한때는 평일엔 10시 이전에 간 적이 없고 토요일에도 출근하여 4시간을 근무했다.
즉, 화~금까지 하루 4시간씩 연장 근로를 했고 (월요일 연차), 토요일에 4시간을 추가로 근무했다.
월~금까지 평소 근로 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를 20시간을 했으니 총 60시간을 근무했다.
법정근로시간 52시간을 8시간이나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새로 적용된 근로기준법에 대한 내용이다.
○ 현행 행정해석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구분하여, 휴일(일반적으로 토요일, 일요일)에 근로한 경우 연장근로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 따라서 1주 최대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사업장에 따라 휴일이 1일인 경우 8시간)이 가능하여 총 68시간(60시간) 근로가 가능한데요.

○ 그러나 휴일근로를 포함하여 1주 최대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하는 금번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법정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 한도 12시간으로 1주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입니다.
- 따라서, 기업 규모별 시행시기 이후에 1주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한 경우 법 위반이 발생합니다.(2년 이하 징역, 2천만 원 이하 벌금)
▴ 300인 이상: ’18.7.1(특례업종에서 제외된 21개 업종은 ’19.7.1.부터 시행), ▴ 50~300인 미만: ’20.1.1, ▴5~50인 미만: ’21.7.1
(출처 : 고용노동부)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에 해당되는 회사로 2020년 1월 1일에야 이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그런데 과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 날 이후 이 법이 그대로 회사에서 지켜질지는 상당히 의문이 든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회사에서 추진하는 업무나 프로젝트의 양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 많은 양의 업무를 감당할 인력을 더 충원하는 일도 없을 것 같다. 왜냐면 기업이란 곳은 적은 비용으로 수준 높은 재화를 창출하는 곳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여. 전. 히.
업무 처리 속도에 대한 윗선에서의 압박은 거세다. 도저히 야근을 하지 않고선 절대 절대 끝낼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상사들은 


이 업무, 내일까지 끝내줘요.
제가 말했던 업무 어디까지 했어요?

라는 말이 난무한다.
그렇다. 근무시간이 어떻든 간에 내게 주어진 업무의 할당량을 끝내야 한다. 최소한 내가 근무하는 이곳에선.


4년 전 영국에서의 일이다.
그때 내가 묵고 있던 런던의 한인 민박에서 하수도가 고장이 나서 물이 잘 안 내려가는 일이 발생했는데 사장님이 배관공을 불렀다. 배관공은 하수도를 살펴보고선 원인을 파악하고 하수도 수리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배관공이 시계를 보더니만 사장님에게,
"That's all for today, I'll call back tomorrow."
라고 말하며 자기가 갖고 있던 연장을 챙겨서 나가는 것이었다.
배관공의 퇴근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이었다.

서양에선 이런 근로에 관한 시간관념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선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일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 자체가 서양과는 다른데 서양같이 근로시간만 규정한다고 해서 어찌 근로환경이 달라질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을 대하는 관점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주 52시간 근무 제도가 받쳐준다고 해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 52시간 근무 제도를 받쳐 줄 세부적인 대책을 지금처럼 탁상행정식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정부에서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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