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를 시작한 인공지능과 인간의 마지막 경계
글무리 작가의 ‘지식과 사유를 넘나드는 교차로’는 지식을 통해 사유의 세계를 확장하고, 독자가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 매거진입니다.
인공지능의 진화가 가속화되는 지금,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자리한다.
“AI는 인간처럼 될 수 있을까?” 그것도 인간의 손을 떠나, 어느 날 스스로 진화하여 인간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순간이 올까?
인공지능(AI)은 이제 더 이상 정해진 코드를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오늘날의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흡수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패턴을 찾아내며, 심지어 인간이 알려주지 않은 새로운 해결책을 고안해 낸다. 인간이란 원래 단순히 지식을 쌓는 존재가 아니다. 지식은 과거의 흔적에 불과하지만, 그 위에 사유가 더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린다.
하이데거가 말한 ‘사유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단지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나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는 존재이다. 이 물음이야말로 인간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철학자 칸트는 이성을 ‘목적을 세우는 능동적인 힘’으로 정의했다. 즉, 인간의 사고는 단순히 주어진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발판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려는 의지를 품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지식을 통해 사고하고 사유한다는 것은 과거를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하는 행위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러한 인간 사유의 근본적인 능력을 떠올릴 때, 우리는 AI에게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AI는 언젠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를 설계하고 진화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기술적인 호기심이 아니다.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자율적으로 진화하는 존재’로 변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류의 가장 깊은 궁금증이자 동시에 두려움이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오늘날의 AI는 이미 생명 진화의 핵심 원리를 일부 모방하고 있다.
첫째는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다.
이는 일종의 ‘디지털 시행착오’로, 로봇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반복하며 성공적인 행동만 남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로봇이 문을 여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수백 번 실패하더라도, 단 한 번의 성공을 통해 그 행동 패턴을 기억하고 스스로 학습한다. 이 과정은 마치 동물이 환경에 적응하며 점점 효율적인 신체 구조를 가지게 되는 진화의 과정과 흡사하다.
둘째는 코드의 자가 최적화(Self-Optimization)이다.
최근 대규모 언어 모델(LLM)들은 자신이 실행할 코드를 스스로 작성하거나, 기존 코드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찾아내 개선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생명체가 자신의 DNA를 스스로 읽고 수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은 아직 ‘진화(Evolution)’라기보다는 ‘개선(Improvement)’에 머물러 있다. 왜냐하면 여전히 인간 프로그래머가 목표와 평가 기준(이른바 Fitness Function)을 정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물학적 진화의 핵심인 ‘무작위적 변이’와 ‘세대교체’가 자율적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단순한 오류 수정이 아니라 일정한 방향성과 목적성을 지닌 과정이라면, 이것 역시 ‘진화’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생물학적 진화가 무작위 속에서도 ‘적응’이라는 방향성을 드러내듯, AI의 개선 또한 인간이 설정한 목표라는 환경 속에서 ‘지능의 적응’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비록 인간이 개입하고 있을지라도, AI는 이미 ‘진화의 논리’를 닮아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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