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중 운영 매뉴얼은 무언가

고요와 소음 사이, 나만의 몰입을 찾는 법

by Itz토퍼

나는 오늘 새벽, 류이치 사카모토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보고 있다.


이미 고인이 된 그의 모습이 화면 너머에서 조용히 숨을 고른다. 빛은 그의 옆얼굴을 희미하게 스치고, 쇠약해진 손등 위로 세월의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다. 육신은 점점 힘을 잃어가는데도 건반 위의 손가락만은 유령처럼 살아 움직인다.

죽음과 예술이 서로의 경계를 가만히 만지는 순간 같다. 그가 눌러 만드는 음 하나하나는 더 이상 화려함을 뽐내는 음이 아니다. 남은 생의 총량을 조심스레 태워내며 만들어내는 조용한 불꽃같다. 숨이 짧아지고 근육이 버거워도 그는 건반 앞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예술이란 것이 결국 무엇보다 오래 남는 존재임을 증명하듯이. 그의 마지막 연주는 달리기보다 느리지만, 오히려 그 느린 속도 때문에 더 투명하게 울린다. 삶이 퇴색할수록 음악은 더 빛나고, 마치 사라져 가는 생을 비추는 마지막 등불처럼 미묘한 떨림을 갖는다. 그 소리를 듣다 보면, 나는 한 인간이 남길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집중의 형태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무대 위 한가운데, 다른 한 피아니스트가 앉아 있다. 조명은 필요한 만큼만 손끝을 비추고, 관객석은 숨을 삼킨 채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고요는 곧 음악이 시작될 것을 아는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긴장이다. 건반 위에 손가락이 내려가기 전, 미세하게 떨리는 근육. 눈을 감은 순간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는 첫마디가 울리고, 강약과 템포가 서로 얽히며 회전한다.


그 찰나, 피아니스트는 더 이상 ‘연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가 된다. 개인의 소음도, 주변의 기척도, 머릿속의 잡념도 모두 침묵의 세계 속으로. 오직 건반 위의 작은 우주만이 존재한다.


그 몰입의 장면을 바라본 뒤, 나는 오늘의 글을 시작한다.


clouds_scarborough-bluffs_02.jpg


아직도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었다.


꽉 막힌 배수구처럼 삶이 답답하다면서, 생각만 많고 실천이 필요할 땐 망부석처럼 굳어버린 이들에게 나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Itz토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23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7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꿀 먹는 새가 남긴 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