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머리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위험에 대하여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듣기 싫어도 가장 많이 듣게 되는 호칭이 있죠?
바로 ‘꼰대’와 ‘라떼’입니다.
어린 시절 부산에서는 선생님을 ‘꼰대’라고 불렀는데, 저는 어찌 되었든 이 ‘꼰대’라는 이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나 봅니다. 제 글을 읽어보신 작가님 한 분도 "정말 선생님 강의하듯이 글을 쓰시는군요"라고 콕 집어 말씀하셨으니, 이 '꼰대' 버릇이 어디 안 가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나이나 직업에 관계없이, 더 이상 ‘꼰대’ 소리는 듣지 않기 위해 꼭 해야 할 일, 즉 낡은 사고를 기꺼이 버리는 일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참고로, 혹시 “꼰대 응아는 개도 안 먹는다.”라는 옛말을 들어보셨나요? 사실 이 말은 옛 스승의 마음고생과 책임감을 표현한, 고뇌가 담긴 말이었답니다. 제자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과 마음고생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분의 응아까지 쓰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죠. 결국, 가르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를 계속해서 점검해야 할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이러한 책임감과 더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하는 뜨거운 열망이 가득했던 1998년 봄, 제 인생의 첫 노트북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저는 타이완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삼성그룹에 계시던 지인이 작은 선물이라며 건네주신 거였죠. 정말 용량이 너무 작아 답답함도 있었지만, 윈도우 95가 깔린 그 아담한 기계가 제게 얼마나 큰 설렘을 주었는지 모릅니다.
문제는, 제가 이 '컴퓨터'라는 낯선 기계에 너무나도 익숙지 않았다는 겁니다.
혹시 ‘워드프로세서’라는 기기를 아세요? 요즘은 문서 작성을 모두 컴퓨터로 하지만, 그 시절 워드프로세서는 타자기와 컴퓨터의 중간쯤 되는 문서 작성 전용 기계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 워드프로세서로만 보고서를 작성해 왔기에, 정작 컴퓨터 운영체제, 특히 ‘윈도우’를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에게 윈도우 95 가이드북을 하루만 빌려달라고 부탁했죠.
그날 밤, 저는 잠도 자지 않고 그 가이드북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하면서 공부했습니다. 노트북 전원 켜기부터 창 열고 닫기, 폴더 만들기, 파일 옮기기까지,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조작들이 그때는 하나하나가 신세계였답니다. 그렇게 단 하루 만에 저는 윈도우 95를 어느 정도 ‘마스터’할 수 있었죠.
하지만 여기서 질문 하나. 그렇게 열심히 익혀둔 윈도우 95 조작법이 지금 사용하는 윈도우 11에서도 그대로 통할까요? 물론 기본 작동법은 비슷하지만, 윈도우 11이 요구하는 새로운 기능과 어울리는 소프트웨어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결국 낡은 지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살려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이 경험이 보여줍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고민해야 할 핵심 문제입니다.
20세기의 지식이 21세기에 그대로 유효하지 않듯, 우리가 과거에 힘들게 배운 지식도 제때 업데이트되지 않으면 금세 쓸모가 없어지고 말죠. 우리가 생각보다 더 자주, 더 의식적으로 ‘점검’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지식이 쌓이고 나이와 경험이 뒤따르면서 ‘아집’과 ‘고집’이라는 이름의 녀석들이 뿌리내리기 시작하면, 우리는 결국 ‘꼰대’와 ‘라떼’ 소리만 듣게 될 겁니다.
그래서 그 점검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하고 놀라운 도구가 바로 ‘질문’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과정이 바로 디버깅(Debugging)입니다. 말 그대로 ‘버그를 잡는 과정’이죠. 여기서 버그는 곧 ‘오류’를 뜻합니다. 겉보기엔 멀쩡해도 프로그램 내부에는 작은 오류가 숨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오류만 고친다고 끝나는 게 아니죠. 외부 공격에 대비하는 보안 패치, 새로운 환경을 반영하는 업데이트, 기능을 확장하는 버전 업그레이드 등, 끊임없는 점검과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그램은 느려지고, 오작동하며, 심지어 전체 시스템이 멈춰버리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 인간의 사고 체계도 이와 비슷하답니다. 우리는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통해 생각의 구조를 만들어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잘못 배운 정보, 편향된 해석, 낡은 습관 같은 ‘인지적 버그(오류)’가 알게 모르게 쌓여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점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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