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의 민망한 진실

모두가 행복한 척하는 날, 솔직해지는 법

by Itz토퍼

성탄절, '아기 예수의 탄생'이라는 거룩한 이야기 너머로 사람들은 수많은 사건과 이야기, 그리고 사랑과 선물을 나눕니다. 화려한 불빛과 소란스러운 축제 속에서, 글을 쓰는 이는 과연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요? 저는 오늘 조금은 색 다른 방법으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련하게 막장에 이른 사람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타인을 향한 '동정심'과 자신을 향한 '유머'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사람일 것입니다. 동정심은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온기이고, 유머는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잠시 웃으며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이기 때문이죠. 이 둘이 사라질 때 세상은 지나치게 건조해지고, 삶은 숨 돌릴 틈 없이 무거워집니다. 한마디로, 별로 ‘살 맛이 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탄절은 어쩌면 더 많은 것을 소유하라고 독촉하는 날이 아니라, 이 날을 감사하고 축복하면서 잠시 마음의 긴장을 풀어보라는 조용한 초대인지도 모릅니다. 타인에게는 한 뼘의 연민을, 자신에게는 한숨 돌릴 웃음을 허락하라는 초대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탄절이 다가오면 왠지 모를 조바심이 생기지 않나요?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거나 다정한 짝이 있는 이들에게는 남의 일 같겠지만, 여전히 싱글이거나 잠시 연애 공백기를 겪는 이들, 혹은 어쩔 수 없이 싱글로 돌아온 이들에게 성탄절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날입니다.


거리마다 가득한 커플들, "좋은 사람 없니?"라고 묻는 가족들의 성화, 그리고 SNS에 넘쳐나는 화려한 파티 사진들까지. 마치 이날만큼은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행복을 ‘증명’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곤 합니다. 영화 《홀리데이트(Holidate, 2020)》는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건넵니다.


"꼭 그래야만 해? 너의 감정에 좀 더 솔직해져 봐."


영화 속 슬론과 잭슨이 맺은 '홀리데이 파트너' 계약은 사실 서글픈 방어수단입니다. 남들에게 불쌍해 보이기 싫어서, 그리고 대상을 찾아야 한다는 강요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세운 가짜 철벽이죠. 그들은 연인이 간절했던 게 아니라, ‘연인이 없어서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을 피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나누는 유쾌하고도 솔직한 대화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사랑이란, 타인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대상을 찾는 '숙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unnamed (4).jpg by Gemini

우리는 흔히 성탄절을 '사랑을 나누는 날'이라고 말하지만, 그 사랑의 대상이 반드시 타인일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유쾌한 성탄절은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혼자 있고 싶다면 오롯이 나만의 고요함을 즐기고, 시끌벅적한 것이 싫다면 억지로 파티에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홀리데이트》의 주인공들이 나중에서야 서로를 진심으로 마주하게 된 건, 그들이 완벽한 상대를 찾았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앞에서 가장 꾸밈없는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탄절이라는 날이 우리에게 주는 기적은 어쩌면 ‘완전한 해방감’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완전한 기쁨은 누군가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는 노력을 멈추고,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웃고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강요받는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억지로 옆자리를 채울 사람을 찾는 대신, 오늘 나의 기분을 가장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세요. 그것이 아주 맛있는 케이크 한 조각이든, 밀린 영화 정주행이든, 혹은 마음 맞는 친구와의 수다든 무엇이라도 좋습니다.


결국 기쁨과 감사가 넘쳐나는 성탄절의 진정한 주제는 ‘회복’입니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상처받았던 나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시간 말입니다. 영화 속 유쾌한 소동극들이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건, 그 소동들 끝에 결국 ‘남이 아닌 나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성탄절, 여러분은 누구의 시선을 보고 계신가요? 이제 그 시선을 거두어 자기 자신에게 돌려주세요. 완벽한 누군가를 곁에 두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내 감정에 충실하며 환하게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보내는 유쾌한 시간, 그것이야말로 성탄절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 테니까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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