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의 가장 눈부신 헛발질

모두 따뜻하고 행복한 성탄절 되시길 바랍니다.

by Itz토퍼

성탄절이 되면 전 세계 어디선가 반드시 소환되는 한 부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오 헨리의 단편소설 ‘현자의 선물’ 속 주인공들입니다. 너무나 유명해서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오늘은 그들의 ‘쇼핑 목록’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짐과 델라 부부는 사실, 요즘의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대책 없는’ 쇼핑객들이었습니다.


성탄절 전날, 아내 델라의 손에는 단돈 1달러 87센트가 들려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줄 근사한 시곗줄을 사고 싶었던 그녀는 자신의 유일한 보물이자 전 재산인 긴 갈색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 팔아버립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짧은 머리를 보며 남편이 실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그녀는 남편이 기뻐할 시곗줄을 손에 쥐고 행복한 상상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남편 짐은 어떠했을까요? 그는 아내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화려한 머리빗 세트를 사기 위해, 3대째 내려온 가문의 가보이자 유일한 보물인 금시계를 전당포에 맡겨버렸습니다. 그 시계는 짐에게 있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가문의 자부심 그 자체였습니다.


성탄절 저녁, 드디어 두 사람이 마주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짧은 머리의 아내에게 머리빗을 내미는 남편과, 시계가 없는 남편에게 시곗줄을 내미는 아내. 객관적으로만 본다면 이보다 더 지독한 ‘헛발질’은 없을 것입니다. 시곗줄은 있는데 시계가 없고, 머리빗은 있는데 빗을 머리카락이 없으니 말입니다.


경제학적으로 본다면 두 사람의 자산은 증발했고, 남은 물건은 당장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남편 짐이 허탈하게 웃으며 던진 한마디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델라, 우리 크리스마스 선물은 잠시 치워 둡시다.

지금 당장 쓰기엔… 둘 다 너무 멋지잖아요.”


짐은 지금 물건이 쓸모없게 된 것을 아쉬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그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서로가 무엇을 포기했는지, 그 희생의 깊이를 깨닫고 그저 행복해서 웃고 있는 것입니다.


빗은 머리카락을 빗기 위해 산 것이 아니라 ‘당신을 빛나게 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었고, 시곗줄은 시간을 보기 위해 산 것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을 존중한다’는 고백이었음을 확인한 것이죠.


e08854ae-c4dc-4994-9327-34bb10b36e1c.png by ChatGPT

작가는 이 어리석어 보이는 부부를 ‘현자(Magi)’라고 불렀습니다.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버려서라도 사랑하는 이의 가장 사소한 기쁨을 채우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들의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지 모르나, 그날 밤 그 작은 거실은 세상 그 어떤 궁전보다 풍요로운 사랑으로 가득 찼을 것입니다.

올해 우리 가족의 성탄절도 이와 같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 그 물건의 가격이나 효용보다는, 내가 그 사람을 위해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여러분이 받은 선물이 당장 필요 없는 물건일지라도 실망하지 마세요. 어쩌면 그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금시계’나 ‘머리카락’을 기꺼이 포기하며 바꾼,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진심일지도 모르니까요.


짐의 말처럼, 그 마음은 우리가 지금 당장 쓰기에는 너무나도 ‘눈부시고 멋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따뜻하고 행복한 성탄절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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