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를 포기하고 빈 노트를 들고 바다로 나가는 이유
연말이 되면 습관처럼 서점에 들러 새로운 다이어리 한 권을 산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건 거의 습관적인 의식에 가깝다. 매년 서점에서 이것저것 비교하고 겉보고 속보고 하며 사긴 하지만, 정작 그 안을 빽빽하게 채워본 적은 없다. 대략 절반쯤 쓰다 만다. 아니다. 그건 조금 과장이고, 사실은 3분의 1쯤에서 끝난다. 더구나 지금은 노트북이 있고 항상 손에 잡힌 스마트폰이 있지 않나. 손글씨로 기록할 일이 좀처럼 없다.
그래서 올해는 아예 다이어리 대신 새로운 노트 한 권을 샀다. 왜냐고? 어차피 다 채우지 못할 걸 아니까. 그리고 세상은 그렇게 계획적으로만 살아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충분히 깨달았는데, 굳이 또 지키지도 못할 다짐을 늘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다.
그런데도 1월 1일이면 습관처럼 계획을 늘어놓고 기도한다. 이건 잘되고 저건 안 일어나길 바라고, 적당한 수입과 큰 탈 없는 건강, 무난한 인간관계... 솔직히 이건 기도라기 보다는 몽땅 ‘안정빵’을 위한 '바램'들이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그 모습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평온한 방파제 안에 배를 정박해 두고 어디로도 떠나지 않은 채 낚시만 즐기겠다는 심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긴 은퇴했으니 그 정도는... 그러다 굶어 죽기야 않겠지만 사람이 쪼그라들 거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한가하게... 무식만 충만해지는 게 아니라, 심심해서 아마 간장독에 머리 처박을 일이나 만들 거다.
그래서 심문하듯 자문하게 된다.
"혹시 올해는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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