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두운 밤의 찬란한 비명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숨겨진 아이러니

by Itz토퍼

보배단지가 퍼즐로 만든 문구통을 새해 선물로 주었습니다.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겨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바탕에는 낯익은 그림 하나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이었죠.


그런데 이 작품을 대할 때마다 전 마음 한 구석에 한 편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또 한 편의 슬픔이 동시에 밀려듭니다.


밤을 이토록 황홀하게 그린 화가가 또 있을까요. 창밖으로는 쪽빛 어둠이 세상을 포근히 보듬고, 그 위로 금방이라도 황금빛 소낙비가 되어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반짝입니다. 밤의 향기를 머금은 바람은 왈츠를 추듯 허공을 맴돌고, 어둠과 빛이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동안 하늘은 연인의 낭만적인 속삭임처럼 깊은 푸르름으로 물들어 갑니다.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이 작품을 만납니다. 유명 레스토랑이나 세련된 카페의 벽면, 휴대폰 케이스, 혹은 연인들의 사랑이 담긴 엽서 위에서도 마주합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을 배경 삼아 음악이 주는 낭만을 즐기고, 와인의 향긋함에 취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어느덧 우리 시대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밤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이면에는 마음을 무겁고 또 무겁게 짓누르는 비극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비애를 느끼며 입을 다물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찬양하는 저 눈부신 별빛이 내게는 마치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가 마지막으로 그어댄 가녀린 성냥불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탐닉하는 낭만 속에 감히 마주하기 두려울 만큼 비참하고 잔혹한 진실이 숨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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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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