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가장 쓸모 있는 하루를 보낸 후
지난 수십 년간 내 삶의 사전에서 ‘무시’라는 단어는 그리 친숙한 낱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 이상은 이 단어를 마음속으로 곱씹어야만 한다. 누군가는 평생을 들으며 살아왔을 그 모진 단어를, 나는 이제 겨우 몇 개월 겪었을 뿐이다. 그래서 감히 입 밖으로 내어 투정 부리지도 못한다. 그저 나보다 더 오래 견뎌왔을 이들을 마음으로 위로하고, 남은 온기로 나 자신을 가만히 다독일 뿐이다.
문득 자문해 본다. ‘혹시 나도 예전에 누군가에게 그런 차가운 태도를 보였던 적이 있었을까?’ 평생을 성인군자처럼 살아오지 못했음을 잘 안다. 갑작스러운 감정의 일렁임 때문에, 혹은 일이 풀리지 않는다는 핑계로 누군가에게 무심한 무시를 던졌을지도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변명이 될 수는 없다. 기억하지 못함이 곧 결백함은 아니기에, 과거의 나에게는 핀잔을 주고 지금의 나에게는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아가라고 조언할 뿐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모두가 잠든 밤에 나의 하루는 가장 치열해진다. 이전에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았든, 지금의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나의 필요와 타인의 필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정직하게 땀 흘려 가치를 교환할 뿐이다.
깊은 밤, 새로 온 팀장이 입에 담배를 문 채 우리를 기다린다. 인원이 모이면 갓 인테리어를 마친 신축 아파트 단지로 향한다. 그곳에는 구역별 팀장들이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분담받은 동의 가장 높은 층에서부터 각 팀의 호수가 정해진다. 하룻밤 동안 최소한 다섯 집을 정리하고 닦아내야 하는 일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