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 사이에서
씹지 않는 지식은 오히려 독인가

정답 자판기가 된 AI를 넘어, 사유의 저작 과정을 회복하는 길

by Itz토퍼

지식이 홍수가 되어버린 시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쩌면 너무나 많은 정보로 인한 역설이 펼쳐질 날만 남은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묻고 싶다. "앞으로 과연 우리에게 ‘지성’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우리가 AI와 공존하는 첫걸음을 내딛을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기술의 편리함이 우리에게 '결과'를 얻는 속도는 높여주었지만, 정작 그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유의 주도권을 기술에 내맡긴 채 시작하는 공존은 공존이 아니라 종속에 가깝다. 스스로 묻고 고민하는 힘이 거세된 지성은 결국 기계가 뱉어내는 정답에 길들여진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본래 ‘지성’이란 정보를 많이 소유하는 능력이 아니다. 주어진 답을 의심하고, 스스로 그 의미를 다시 묻는 힘을 뜻한다. 하지만 지식이 거리에 날리는 먼지처럼 흔해진 시대가 되면, 사람들은 문제를 빨리 푸는 데만 길들여질 것이다. 어떤 정답 앞에서도 “이게 정말 전부인가?”라고 묻는 법을 잊게 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손가락 하나로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에 접근하고, 인공지능은 복잡한 질문에도 몇 초 만에 깔끔한 답을 내놓는다. 과거에는 필요한 자료나 지식을 얻기 위해 도서관 서가를 헤매거나 밤을 새워 서적과 사전을 뒤적여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입력창에 검색어만 잘 골라 넣으면 그만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효율인가. 바로 여기서 우리는 ‘범람하는 지식의 역설’에 부딪힌다.


지식과 정보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정작 생각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답은 넘쳐나는데 그를 향한 질문은 갈수록 빈약해지고, 대답을 파고드는 또 다른 질문은 실종되어 간다. AI의 프로세스는 자동화되어 있을지언정, 인간의 사유는 결코 자동화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AI를 단순한 검색창이나 내비게이션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금 나와라 뚝딱’ 하며 결과물만 얻어내려 하는 것이다.


by ChatGPT

나는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즐긴다. 하지만 가급적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고속도로보다는 국도를 택한다. 지도를 보며 어디를 경유해야 더 유익할지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향한 모든 과정이 여행이다. 아니, 때론 목적지 보다 더 남는 게 많다.


내비게이션의 지시대로만 간다면 가장 빠르겠지만, 나의 관심은 '빨리 가는 것'에만 있지 않다.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보고 느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AI는 우리에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답을 주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지성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기계가 모든 길을 찾아준다면 나의 사유는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가?


그렇기에 우리는 AI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엄중히 고민해야 한다. 막연한 도구를 넘어, 내 지성에 발을 맞추어 줄 사유의 동반자로 삼기 위해 필요한 태도를 정리해 본다.


첫째, AI의 답을 ‘종착지’가 아니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너무 성급하게 ‘완성된 결론’에만 매달린다. AI가 제시하는 답은 매끄러운 문장과 논리적인 근거를 갖추고 있어 언뜻 보면 정말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그 답은 수많은 데이터와 패턴 창고에서 압축되어 나온 통계적 결과물일 뿐이다. 과연 이것을 나의 생각으로 그대로 수용해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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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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