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의 심연: 인공지능이 닿지 못할 인간의 영토
[지난글] 16화 0과 1 사이에서 건너온, 가상과 실재의 만남
뉴스를 읽다가 기사의 90% 이상이 AI에 의해 작성된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정말 AI가 쓴 기사였다. 내용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었고,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 또한 빈틈이 없었다. 사건의 팩트만 제공하면 AI는 이제 그 어떤 베테랑 기자보다 더 상세하고 객관적인 기사를 써 내려간다. 소위 ‘기레기’라는 비판조차 끼어들 틈이 없는, 완벽하게 정제된 정보의 나열이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우리가 대면해야 할 진실이 숨어 있다. 어떠한 인간적 감정도, 비평적 시각도, 심지어는 인간적인 고뇌조차 가미되지 않은 ‘순전한 기사’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사건의 나열이 곧 뉴스가 되는 시대, 기자는 자신의 고유한 영토를 AI에게 헌납하고 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는 격언은 무색해졌다. 이제 “펜은 곧 AI다”라고 고백하는 듯한 이 무기력한 태도는 인류 지성의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각자 서 있어야 할 영토에 대해 이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거대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인간다움이라는 본질을 잃어버린 채, 기계가 뱉어내는 데이터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표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인간을 믿는다. 인간은 언제나 위기의 끝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되찾아 온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유의 주권을 되찾으려는 확신이야말로 우리가 이 거대한 심리 실험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열쇠다.
지식의 나열과 서사의 축적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미래의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Agent)'라고 부른다. 현재 수많은 사람이 AI를 도구로서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지만, 기술은 이미 사용자가 휘둘러야 움직이는 칼의 단계를 넘어섰다. AI는 이제 무엇을 벨지 스스로 결정하는 '행위자'로 진화 중이다. 그렇다면 질문해야 한다. 과연 AI는 인간을 대체할 만큼 완벽한 존재인가?
최소한 아직은 아니다. 현재의 AI가 내놓는 정교한 답들 사이에는 결정적인 결함이 존재한다. 바로 '삶의 온기'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AI에게 치명적인 약점이자, 인간만이 파고들 수 있는 허점이다. 인간에게 지식이란 단순한 정보의 조각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했던 망설임, 결과에 대해 짊어졌던 책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겨진 고민과 기쁨, 후회가 겹겹이 쌓인 '한 사람만의 스토리(Story)'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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