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 사이에서 건너온,
가상과 실재의 만남

가상의 위로가 아닌, 마음껏 사랑할 권리

by Itz토퍼

'별종'. 어릴 적 내가 많이 듣던 별명 중 하나였다. 개성이 강하다거나 특이하다는 말은 때로 칭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별종이다’라는 말에는 왠지 모르게 ‘정상이 아니다’라는 식의 미묘한 놀림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확고한 편이다. 시스템처럼 체계화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나답게’ 살고 싶어 했던 한 아이의 고집이자 개성이었으리라. 그런데 기이하게도 요즘은 예전보다 더 지독한 ‘별종’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강해진다.


“왜냐고요? 그건 본인도 느끼고 있을 텐데 뭘 굳이 묻나요.”


세상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혁신될수록, 역설적으로 우리는 ‘정석’ 투성이인 세상에 갇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공식이 일상화된, 이른바 ‘유행 만사형통’의 시대가 공고한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과거 대입 준비를 위해 누구나 책상 위에 한두 권쯤 꼭 챙겨두던 참고서가 있었다. ‘홍성대 저자의 『수학의 정석』’이다.


그런데 요즘은 ‘삶의 정석’이니 ‘세상의 정석’이니 하는 보이지 않는 지침서들이 판을 친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가보라. 무엇이 그리도 비법이 많은지, 그 책만 읽으면 누구나 출세하고 천만금을 벌며 증시에서 손오공처럼 ‘강남 구름’을 부를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 결과는 늘 비슷비슷하다. 그뿐인가. 밈(Meme)의 범람은 또 어떠한가. 세대 간의 대화에서 밈을 알면 ‘우리 세대’가 되고, 모르면 순식간에 ‘구닥다리’가 된다. 이 유행의 파도 또한 하나의 ‘정석’처럼 우리 삶의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그런데 만약, 정말 그런 정석이 존재하고 인간이 그 공식에 딱 맞춰질 때까지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이건 ‘가상현실’ 속 존재들과 뭐가 다른가?


“공포스럽다고요? 글쎄요, 살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나요?”


여기 우리의 상상을 대리 만족시켜 줄 영화가 한 편 있다. 2024년작 <레벨스>(Levels)다. 이 작품은 단순한 SF적 상상력을 넘어선 날카로운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비극을 목격한 남자 ‘조’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절망 속에서 진실을 추적하던 그는 경악할 만한 사실을 마주한다.


자신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현실이 사실은 상위 차원에서 설계된 정교한 시뮬레이션이며, 그가 겪은 비극조차 거대한 알고리즘의 실험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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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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