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의 심연, 수면을 벗어나 심해로

생각의 파도를 넘어 사유의 바다로 들어간 사람들

by Itz토퍼

카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덧 우리 곁에 깊숙이 들어온 변화를 실감한다. 옆자리 학생들의 과제물부터 직장인들의 점심 대화까지, 이제 AI는 더 이상 낯선 미래가 아닌 일상의 당연한 배경이 되었다. 나와 함께 앉은 지인들의 대화 역시 그 궤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너무나 급속한 변화는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데려온다. 어딜 가나 이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멈출 줄 모르는 것도, 아마 우리가 예측하는 것보다 변화의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거대한 물결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눈앞의 파도를 바라보며 서 있을 뿐이다. 결국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람들은 이내 내게 묻곤 한다.


"'논리의 AI’와 ‘사유하는 인간’은 과연 어떻게 동행할 수 있나요?"


그 질문을 마주할 때마다 나 역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인간은 본래 생각하는 존재라지만, 우리는 혹시 그 소란스러운 '생각'의 소음을 진정한 '사유'로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마주할 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사유를 그저 조금 더 고상하거나 학술적인 생각의 연장선 정도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사유의 본질은 그렇게 평면적이지 않다. 나는 평소 즐겨 보는 영화와 역사적 장면들을 복기하며, 이 둘의 차이가 만드는 '1mm의 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대서양은 연합군에게 거대한 '바다 위 공동묘지'였다. 수평선 위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전함들이 눈앞의 적을 향해 포문을 열 때, 그들의 발밑에서는 독일의 '늑대 떼'라 불린 U보트가 보이지 않는 숨통을 죄어오고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전쟁 기간 중 U보트에 침몰한 상선은 3,500여 척에 달하며, 차가운 바다 밑으로 사라진 물자만 1,400만 톤이 넘는다. 전함들이 수면 위 가시적인 화력에 집중할 때, U보트는 수중이라는 '깊이'를 점유함으로써 그 거대함을 무력화시켰다.


"생각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지만, 사유는 존재를 위한 선택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는 침잠. 나는 이 압도적인 역사의 기록 앞에서 묘한 전율을 느꼈다. 겉으로 드러난 화력보다 무서운 것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깊숙이 내려가 본질을 타격하는 ‘깊이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이 통찰은 매일같이 부유하는 나의 파편화된 '생각'들을 멈추고, 존재의 심연을 향해 내려가는 '사유'의 차원을 설명하는 가장 완벽한 비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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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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