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아래, '둘째'와 '나머지 가족들'이 살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이 집의 고된 일은 모두 둘째(乙)의 몫이 되었습니다.
가족들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그는 깊은 밤에도 쏜살같이 달려가 현관의 신발을 닦아 놓습니다. 모두가 단잠에 든 새벽 2시, 차가운 부엌 바닥에서 홀로 불을 밝히고 내일의 밥상을 차립니다. 덕분에 가족들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이는 삶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 기적 같은 편리함의 수면 아래, 둘째의 소리 없는 비명이 낮게 깔려 있었습니다.
잠을 잊은 눈은 촛불이 꺼지듯 파였고, 여린 허리는 낡은 고목처럼 굽었습니다. 갈라진 손가락 마디마다 핏방울이 배어 나와 그가 지나간 복도마다 붉은 자국을 남깁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식탁 한쪽에서 바르르 떨다 쓰러지는 날에도, 그의 손에는 가족들이 요구한 물건이 꽉 쥐어져 있습니다.
거실에 모여 앉은 가족들은 오늘도 따스한 음식을 나눕니다. 식탁 너머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를 배경 삼아, 그들은 무심하게 속삭입니다.
"결국 밥은 제때 나오잖아."
둘째의 손등에 감긴 붕대를 스치듯 보다가, 이내 리모컨을 집어 듭니다.
오늘 밤에도 우리는 그 식탁에 앉아 있습니다.
내 접시에 담긴 이 온기가 어디서 왔는지, 상자에 묻은 저 붉은 자국이 무엇인지.
우리는 단 한 번이라도 멈춰 들여다본 적이 있었을까요.
“오늘도 누군가의 새벽을 대신 살아내고 있을 당신께, 조용히 고개 숙입니다. 당신의 밤이 헛되지 않기를, 당신의 내일이 조금은 덜 고단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