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정의(定義)와 뜨거운 정의(情義) 사이에서
복도 끝에서부터 선생님의 고함 소리와 함께 험악한 공기가 밀려왔다. 공부는 뒷전인 채 친구들을 괴롭히고 툭하면 주먹을 휘두르던 녀석이 결국 또 사고를 치고 끌려오는 참이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선 그 애를 우리 앞에 두고, 담임 선생님께서는 깊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꾸짖으셨다.
“이 인간아, 제발 사람 좀 되라!”
그 서슬 퍼런 호통 소리를 들으며 어린 마음 한구석에 의문이 싹텄다.
'나쁜 짓을 하면 사람이 아닌 걸까? 아니면 인간은 원래 다 저렇게 나쁜가?'
이 말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묘한 구석이 있다. 인간이나 사람이나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존재를 지칭하는데, 왜 우리는 굳이 인간에게 '사람'이 되라고 재촉하는 것일까. 사전은 두 단어를 유의어라 정의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이미 그 사이의 미묘한 온도 차를 본능적으로 감각하고 있다.
‘인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왠지 모를 싸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 뒤편에는 인류, 본성, 구조, 욕망 같은 건조한 단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는 문장처럼 보편적이고 분석적인 틀 안에서, 우리는 얼굴도 없고 체온도 없는 하나의 ‘종(種)’으로 환원된다. 철학책의 첫 장에 어울릴 법한, 차갑고 객관적인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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