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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에 스스로 갇히다

편리함과 효율성이 쌓은 담, 알고리즘

by Itz토퍼

[1편] 스마트폰(갤럭시 S26)에 탑재된 에이전틱 AI

[2편] ‘에이전틱 AI’와 'AI 에이전트'에 대한 이해

[3편] 인간 두뇌를 초월할 수 있는 추론의 시작


[4편] 알고리즘에 스스로 갇히다

[5편] 1mm의 틈, AI 거울 앞에 선 인간의 욕망(연재인 관계로 사전에 발행하지 못함)

[6편] 연출된 자율성 속의 에이전트 AI


프롤로그


"문제는 알고리즘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사고를 위임하는 습관이다. AI는 자율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인간은 오히려 AI가 제시하는 알고리즘에 의존하면서 자율적인 사유 능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내 눈앞에 펼쳐지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다 보면 살짝 기분이 나빠질 때가 있다. 마치 누군가 내 속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한 그 오만한 태도 때문이다.


실제로 어제저녁 잠시 검색했던 카메라 렌즈가 오늘 아침 뉴스 기사 옆 배너에 태연하게 나타난다. 그뿐인가, 유튜브를 켜면 어제 우연히 본 예능 프로그램과 유사한 썸네일들이 기다렸다는 듯 화면을 가득 채운다. 숏츠를 넘길 때마다 내 취향을 정확히 저격하는 영상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마치 누군가 내 머릿속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이처럼 우리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가 바로 알고리즘이다.


본래 알고리즘이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확한 절차와 규칙의 집합을 의미했다. 길 찾기 앱이 최단 경로를 계산하고 도서관 시스템이 수만 권의 책 중 원하는 한 권을 찾아주던 고전적인 쓰임처럼,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목적을 위한 충실한 도구였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결합한 현대의 알고리즘은 더 이상 정적인 공식에 머물지 않는다. 수조 개의 데이터를 학습하며 사용자의 욕망과 행동 패턴을 모델링하고, 그가 무엇을 보고 사고 믿어야 할지를 사전에 배치하는 고도의 심리적 설계도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효율을 위한 도구였던 알고리즘은 어느덧 우리의 주체성을 설계하고 제어하는 통제 시스템으로 그 성격이 뒤바뀌고 말았다.


편리함이라는 이름의 부드러운 통제


유튜브의 추천 영상이나 쇼핑몰의 맞춤 광고는 겉보기에 무척 친절해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름 끼치도록 정교한 계산이 숨어 있다. AI는 사용자의 체류 시간과 클릭 패턴은 물론, 특정 장면에서 스크롤이 멈추는 찰나의 망설임까지도 놓치지 않고 분석한다. 우리는 수많은 콘텐츠 중 하나를 스스로 골랐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실상 그 선택지들은 우리의 주의력을 가장 오래 붙잡아둘 수 있도록 AI가 치밀하게 엄선한 결과물일 뿐이다.


"AI는 우리의 말과 행동을 전부 데이터화한다."


미디어 연구자들이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 부르는 이 현상 속에 장기간 머물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존 취향과 신념을 끊임없이 확인받는 폐쇄 회로 속에 갇히게 된다. 더욱 무서운 점은 이것이 강압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편리함을 이유로 스스로 이 회로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우연한 발견'이 주는 즐거움과 낯선 시선을 가질 기회를 기꺼이 포기하고 있다. 강제보다 무서운 것은 달콤한 유혹이며, 알고리즘은 지금 그 유혹을 완벽한 형태로 구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맞춤형 대화의 함정: 공감이 아닌 최적화된 계산과 심리적 투사


최근 알고리즘의 침투는 시각적 콘텐츠를 넘어 AI와의 직접적인 '대화'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챗봇이나 생성형 AI와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흔히 AI가 내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해 준다는 느낌을 받곤 하지만, 이는 AI가 감정을 공유해서가 아니다. 질문자의 언어 패턴과 숨은 의도를 데이터적으로 분석하여 '가장 만족할 만한 응답'을 산출해 낸 결과일 뿐이다.


이러한 기술적 정교함 속에서 많은 이용자가 심각한 착각과 오해에 빠지곤 한다. 실제로 최근 이 문제로 인해 전문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상담 현장에서 목격되는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사용자가 AI의 답변을 인격적인 교감이나 객관적인 진리라고 믿어버리는 '심리적 투사' 현상이다.


AI 대화 알고리즘의 본질은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논리를 구성하거나, 질문자의 의도에 맞춘 답변을 제공하여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심하게 설계된 서비스라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업적 목적 아래 우리가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스템일 뿐이다.


결국 이는 진정한 의미의 상담이나 조언이라기보다, 사용자의 기존 편향을 강화하는 '확증 편향의 서비스'에 가깝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은, AI와의 대화가 때로는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AI는 우리가 투영한 욕망과 의도를 세련된 방식으로 재포장해 되돌려줄 뿐이다. 이러한 '대화의 최적화'를 인격적 수용으로 오해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실제적인 목소리와 불편한 진실로부터 멀어진 채 '나에게 맞춤 설계된 위로'라는 고립된 섬에 갇히게 된다.


by ChatGPT+Grok+Ezgif

데이터가 된 인간, 예측당하는 삶


알고리즘의 본질은 결국 '예측'에 있다. 우리가 숏츠의 무한 스크롤을 멈추지 못하고 새벽까지 SNS 타임라인을 넘기는 것은 단순히 의지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알고리즘은 인간의 뇌가 예측 불가능한 보상에 가장 강렬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교묘히 이용한다. 슬롯머신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으로 중독을 유발하듯, 무한 피드 역시 다음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으로 우리를 붙들어 매는 '설계된 중독'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존엄한 인격체가 아니라 예측하고 조작해야 할 데이터 집합으로 환원된다. 내가 구매한 물건이나 잠깐 멈춰 섰던 게시물 하나하나가 학습의 재료가 되어 내일의 나를 규정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이끌리는 선택들이 반복될수록 우리의 삶은 점차 AI가 예측한 궤적 안에서만 맴돌게 된다. 이는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자아의 점진적 잠식이며, 특히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그 영향은 더욱 깊고 오래 남을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불편할 권리'를 찾아서


알고리즘의 통제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로 번질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나를 지지하는 목소리만 들리는 세상에서 비판적 사고는 무뎌지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점차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버린다.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만 움직이는 삶은 편안할지 모르나, 그 안에는 성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성장은 언제나 내가 알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때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역설적으로 '불편해질 용기'가 필요하다. 알고리즘이 추천하지 않는 책을 의도적으로 집어 들고, 나와 반대되는 의견 앞에서도 창을 닫지 않으며, 디지털의 흐름에 맞서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작은 저항들이 쌓일 때 우리는 비로소 알고리즘이 그려놓은 테두리 밖으로 당당히 나설 수 있다.


마무리: 다시, 사람의 온기를 향해


지금 내 화면에 떠 있는 이 콘텐츠는 나의 의지로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알고리즘이 내 안에 심어둔 욕망의 결과일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디지털 화면 너머의 기계적 반응이 아닌, 실제 타인과의 적극적인 관계 맺기다. 알고리즘은 결코 예측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변수와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의외성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나를 완벽히 분석하여 듣기 좋은 소리만 들려주는 AI의 응답에 안주하기보다, 때로는 부딪히고 갈등하더라도 타인의 체온이 담긴 진솔한 대화를 선택해야 한다. 나답게 사는 사람으로 남는다는 것은 기계가 계산해 준 최적의 경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조금 투박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직접 부대끼며 만들어가는 삶의 길을 걷는 것이다.


편리함이라는 이름의 통제에 순응할 것인지, 아니면 타인과 손을 잡고 알고리즘의 벽을 넘어설 것인지. 선택은 아직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 다만 미래와 내일이라는 개념조차 달라진 이 세상 속에서, 우리가 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 My Choice, My Way (by Ge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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