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지도인가, 왜 우린 그것을 필요로 하는가
서른이 되던 해, '나'는 처음으로 내 삶에 지도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십 대 내내 바빴다. 정신없이 학점을 챙기고, 스펙을 쌓고, 면접을 준비했다. 해야 할 일들이 늘 앞에 있었기 때문에 '왜 이 길을 가는가'를 물을 틈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묻지 않았다. 질문이 두려웠던 것 같다. 답이 없을 것 같아서.
서른이 되자 이상하게도 그 바쁨이 가셨다. 그리고 비로소 허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뭔가 조각이 어긋난 것 같았다. 원하던 직장을 얻었는데, 아침마다 알람을 끄며 "이게 맞나"를 되뇌었다. 연애를 하면서도 이 사람과의 미래를 진지하게 그려본 적? 없었다! 주말이면 유튜브를 켜고 몇 시간을 흘려보낸 뒤, 괜히 자책했다. 마치 대형마트에 들어가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고르지 않고 빈손으로 나온 기분이었다.
그즈음 오랜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공방을 차렸다고 했다. "두렵지 않았어?"라고 물으니, 그가 미소를 띠며 말하길, "두려운 건 여전해. 근데 내가 왜 이 선택을 했는지는 알거든."라고 대답했다.
그 한마디가 내 속에 깊이 새겨졌다.
나는 방향을 몰랐던 게 아니었다. 내가 왜 이 방향으로 걷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선택은 했지만, 사유하지 않은 선택들이었다. 타인이 옳다고 말하는 쪽으로, 사회가 안전하다고 표시해 둔 쪽으로, 그냥 걸어왔다.
그때부터 조금씩 달라지려 했다.
대단한 변화가 아니었다.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퇴근길에 이어폰을 빼고 걷는 것, 주말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앉아 있는 것. 그리고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는가'를 의식적으로 묻는 것.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나의 행동이 어색했다. 생산적이지 않은 시간으로 보여서 마음이 불안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느린 시간 속에서 오히려 내가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버거워하는지, 무엇 앞에서 설레는지가 조금씩 선명해졌다. 낯선 경험이 익숙함을 밀어내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서른의 고민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마흔이 되어도, 쉰이 되어도 다른 모양으로 찾아오겠지. 어쩌면 평생을 따라올 거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고민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묻는 일을 멈춰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런데 묻기 시작하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음에도 두 가지 결이 있다는 것을.
어떤 물음은 방향을 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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