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의 정의가 오늘의 흉터가 된다면
노트북에서 복구한 파일들을 보안과 안전을 위해 외장하드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 틈에, 나의 삶에 있어 가장 바빴던 시절의 낡은 일기장을 꺼내 뒤적여 보았다. 그 속에 적힌 문장들은 확신에 가득 차 있었고, 내일에 대한 꿈과 포부가 뜨겁게 넘쳐나고 있었다.
“앞만 보고 달리자.”
단순하면서도 의기양양한 이 한마디는 당시의 나에게 성실과 인내라는 무기를 동시에 쥐여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때의 의지였다는 사실을 나는 훗날에야 깨닫게 되었다. 세월이 그 말 속에 숨겨져 있던 실수를 하나둘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성실만이 아니라 눈먼 질주도 함께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질주의 파편은 고스란히 나와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에게 박혀 있었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내 땀방울과 눈물에만 의지했던 그 이기적인 마음 곁에는, 내가 보지 못한 가족들의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내가 쫓았던 파랑새는 언제든 날아갈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였음에도, 나는 그것을 손에 쥐고 가두어야만 하는 소유물로 집착하며 스스로를 옥죄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 몸을 상하게 하듯, 기한이 다한 신념은 함께 하는 이들을 다치게 한다.
"이것만이 옳다"라고 마침표를 찍던 그때의 나는, 자신의 신념이 영원히 변치 않을 다이아몬드 같다고 믿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다시 만난 그 문장들은 세월의 풍파에 깎이지 못한 채 날이 서 있는, 거칠고 낯선 원석이었다. 이 거친 문장을 다시 다듬어 품을 것인가, 아니면 이제 그만 이별을 고할 것인가. 깊은 침묵 끝에 나는 후자를 택했었다.
“왜 우리는 그토록 굳건히 믿었던 과거의 가치관과 이별해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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