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읽을 줄 아는가』5부

- 소란스러운 내면 극장에서 써 내려가는 첫 문장

by Itz토퍼

나는 나에게 돌아간다



지난밤, 어김없이 인테리어 현장으로 청소 일을 나갔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한 물로 씻어내고, 향기 가득한 커피 한 잔으로 목을 축인 뒤에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그 짧은 잠 속에서 나는 오래된 극장의 청소부로 돌아가는 꿈을 꾸었다.


화려했던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위에는 색종이 조각들과 꽃잎, 부서진 가면, 대사가 적힌 종이들이 주인을 잃은 채 흐트러져 있었다. 나는 그 조각들을 하나씩 주워 담으며 중얼거렸다.


“이 가면은 언제, 누가 썼던 것일까?”

“이 대사는 어떤 목소리로 읽혔을까?”


휘황찬란하던 조명이 꺼진 무대를 홀로 정리하던 중, 저 멀리 관객석 한구석에 미동도 없이 서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꿈속의 나는 그를 향해 나직이 물었다.


“혹시, ‘나’인가요?”


그 질문과 함께 나는 다시 ‘오늘’로 돌아왔다.


그렇다. 나는 무대 뒤에 흩어진 페르소나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깊은 사유의 밤을 건너왔다. 수많은 가면이 내뱉는 날 선 논쟁과 그들이 만들어낸 소란스러운 소음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나’라는 시간을 직시하고 있다. 꿈에서 깨어난 오늘, 무대 끝자락 어둠 속에서 침묵하며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한 존재를 마주한다.


그는 바로 ‘관찰자’로서의 나다. 지금까지의 모든 연극적 순간을 지켜보던 유일한 타자이자, 진정한 나 자신인 그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나를 향해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삶의 모든 수수께끼를 완벽하게 풀었기에 짓는 승리자의 미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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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도 작은 위로와 사유의 빛을 담아, 나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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