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읽을 줄 아는가』 4부

마지막 무대 위에서 마주한 진실

by Itz토퍼

페르소나의 독백



마지막 커튼콜이 끝나고 무대 조명이 완전히 꺼졌다.


누구나 ‘끝’이라는 갈림길에 서면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홀가분한 후련함이 아닐까. 이제는 무대에서 내려가 관객석에 앉을 수도 있고, 극장 밖으로 나가 나만의 공기를 들이마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벅찬 마음으로 그걸 꿈꾸어 왔다. 하지만 무엇이 미련으로 남았는지, 마음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 이면에 숨어있던 지독한 아쉬움이 끈질기게 발목을 잡을 줄이야.


커튼이 열리고 닫히는 그 찰나의 순간마다, 온 힘과 마음을 다해 나를 불태웠던 그 뜨거운 열정에 대한 미련일까. 아니면,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두려움에 움츠러든 마음이, 차라리 어제의 익숙한 시간으로 돌아가라고 권하는 것일까. ‘후련 섭섭하다’는 말의 갈피를 이제야 온몸으로 읽어낸다.


그래서일까. 복잡한 마음을 품고 무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평생을 발붙여온 무대 가장자리에는 수많은 ‘페르소나(Persona)’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본래 연극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던 그 단어는, 어느덧 내 삶의 서사를 지탱해 온 수많은 인격이 되어 있었다. 이제 나는 연기자가 아닌 한 사람의 평범한 관객으로서, 나를 대신해 세상을 상대해 주었던 이 귀한 가면들을 정리해야 하는 '은퇴'라는 시간 앞에 서 있다.


무대 위에서의 역할극은 끝났고, 이제는 오롯이 삶의 무게를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은퇴'라는 명패를 들고 무대 아래 광장으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망설임 가운데 눈을 감으니, 타인이 써준 수많은 필명과 대본 속에 박제된 나의 세월이 흐릿하게 스쳐 간다. 사회라는 거대한 극장에서 때로 인자한 어른으로, 때로는 냉철한 전문가로, 혹은 헌신적인 동료로 살았다. 그 페르소나들은 거친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준 든든한 갑옷이었으나, 동시에 내 본연의 민낯을 가두는 투명한 감옥이기도 했다. 거울 앞에 앉아 분장을 지우듯 그간의 직함과 역할이라는 가면들을 하나씩 벗겨내며, 나는 이제야 스스로에게 묻는다.


"타인이 써준 대본을 읊조리던 이 연극이 끝난 뒤, 홀로 남은 나는 진정 나를 읽을 줄 아는가? 그동안 남의 글만 읽어왔는데, 정작 너라는 존재를 제대로 읽을 줄 아니?"


내 안의 가면들은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논쟁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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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도 작은 위로와 사유의 빛을 담아, 나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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