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보살핌 속의 영원한 사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가난한 구두장이 시몬이 길가에서 쓰러져 있던 천사 미하일을 집으로 데려오면서 시작됩니다. 시몬과 그의 가족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과 연민 속에서 미하일은 하느님이 맡기신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찾게 되고, 결국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진리를 깨닫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결국 사랑으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사랑에는 두 가지 모습이 있는 듯합니다. 스쳐 지나가며 향기로 남는 사랑이 있고, 시간이 흐르며 단단히 뿌리를 내리는 사랑이 있습니다. 이루어지지 못해 그리움이 되는 사랑도 있고, 삶을 지탱해 주는 동행이 되는 사랑도 있지요. 어느 날 공원에서 마주친 한 쌍의 비둘기를 바라보다 이 생각에 다시금 빠져들었습니다.
비둘기의 사랑은 단순합니다. 평생 한 짝을 정하면 끝까지 함께한다지요. 알을 품고, 새끼를 돌보며, 먹이를 나누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겉으로 화려할 것 하나 없지만, 그 꾸준하고 조용한 보살핌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 아닐까요.
사람의 사랑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두근거림으로 시작하지만, 사랑이 자라려면 상대의 수많은 ‘사소함’을 함께 감당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지나야 비로소 깨닫게 되지요. 향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진정한 사랑은 향기를 넘어 뿌리를 내릴 때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공원에서 본 두 마리 비둘기는 늘 함께였습니다. 나란히 걷고, 서로의 깃털을 다듬고, 날개를 맞대며 균형을 잡는 모습은 참 소박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신뢰와 애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몇 시간을 지켜보아도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였지요. 아마 그들 마음속에는 보이지 않는 뿌리가 서로를 단단히 붙들고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사랑은 때때로 향기로만 남습니다. 그래서 그 여운 속에서 그리움과 미움 사이를 오가기도 하고, 아쉬움과 후련함을 구분하지 못한 채 세월을 흘려보내기도 하지요. 향기는 사라져도 흔적은 오래 남습니다. ‘사랑의 아픔’이라는 말은, 어쩌면 뿌리내리지 못하고 향기처럼 흩어져 버린 사랑의 흔적을 가리키는 것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다시 사랑을 찾습니다. 적어도 나를 지탱해 줄 무언가를 품고 싶어서, 그리고 결국은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지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뿌리를 내리는 사랑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가난한 구두장이 시몬이 천사 미하일에게 베풀었던 따뜻한 마음, 그리고 공원에서 마주한 비둘기 한 쌍이 보여주었던 단단한 동행을 떠올리며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그 답은 거창하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다만 곁에 있는 사람을 꾸준히 아끼고, 하루하루 작은 보살핌을 이어 가는 것. 그렇게 향기를 넘어 뿌리로 내려갈 때, 우리의 사랑은 오래도록 남아 서로를 지켜 주는 힘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