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숨결 사이의 빛

마음에 내린 비가 알려주는 사랑의 온도

by Itz토퍼


만약 사람의 마음에 비가 온다면, 그건 무너지는 소리가 아니라 정화되는 소리일 것입니다.


마음속 오래된 먼지처럼 쌓여 있던 아픔과 눈물, 그리고 누군가에게 다 하지 못한 말들이 조용히 흘러내릴 때, 우리는 비로소 다시 숨을 쉽니다. 어쩌면 그런 비가 내리지 않는 사람은 아직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하늘이 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이 먼저 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녀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습니다.


운전 중 교통사고로 남편과 아이들을 한순간에 잃은 뒤, 수없이 “괜찮을 거야”라며 스스로 다독였지만,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기억을 더 짙게, 상처를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삶을 놓으려 했으나, 생명은 그녀를 끝내 붙잡았습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세상은 여전히 잿빛 안개로 가득했고, 눈물은 그녀의 호흡처럼 끝없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용히 배낭 하나를 메고 집을 떠났습니다.


1년, 그리고 또 1년의 방랑 끝에 그녀는 결심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고산의 숲 속에 자신만의 집을 짓기로 한 것입니다. 가족들의 유골과 함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 그녀는 머리를 밀고, 자신을 위한 목수가 되었습니다. 땅을 파고 기둥을 세워 작은 산장을 짓고, 연못을 만들고, 남편이 아끼던 장식품들을 그 자리에 놓았습니다. 닭과 염소를 돌보며 밭을 일구는 동안, 그녀의 손끝에서 조금씩 삶이 다시 피어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오랜만에 붓을 들었습니다. 현대미술을 가르치던 교수였던 그녀, 이번에는 눈앞에 보이는 세상만 그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완성된 그림마다 어둡고 무거운 색으로 물들었습니다. 물감과 눈물이 뒤섞여 색조차 구분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직 캔버스만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매일 묵묵히 그림을 그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캔버스 위에 햇살이 비쳤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습니다. 자신을 짓누르던 것은 세상이 아니라, 용서하지 못한 자신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녀는 다시 ‘나’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머리카락이 자라나고, 눈물은 더 이상 그림을 번지게 하지 않았습니다. 산장의 거실은 작은 카페로 바뀌었고, 정원 건너편에는 손님을 위한 방이 생겼습니다. 이제 그녀는 화가도 교수도 아닌,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산장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고통을 품은 사람들에게 쉼과 회복의 시간을 선물했습니다.



몸이 다치면 우리 안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회복을 돕듯, 마음의 상처에도 보이지 않는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그녀가 다시 붓을 잡았을 때는 알지 못했지만, 그림은 그녀 안의 ‘회복의 엔도르핀’을 깨워주고 있었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그림을 마치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창밖의 눈이 녹는 모습을 바라보던 그 하루, 그 순간이 바로 그녀의 행복이었습니다.


그녀는 말했습니다.

“저는 예전엔 눈물이 슬픔의 전부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 눈물이 흐르는 곳엔 아직도 행복을 그리워하는 제 마음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눈물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리던 나의 행복을 다시 만났어요.”


이제 그녀의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따뜻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오늘도 누군가의 회복을 조용히 일깨우며 살아갑니다.


기억하세요. 고통은 약함이 아니라, 회복이 문 앞에 서 있다는 신호입니다. 눈물이 흐른다는 건 마음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고, 멈춰 서 있다는 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회복은 언제나 마음이 다친 자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아주 작게나마 자신을 다독이는 순간, 행복은 이미 조용히 당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을 것입니다.


“사랑과 용서는 감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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