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교향곡(하)

비극을 변주하는 영혼의 초월

by Itz토퍼
by Sora


서곡: 고통을 연주하는 지휘자의 탄생



상편에서 우리는 베를리오즈가 마주했던 그 처절한 환멸의 심연을 함께 들여다보았습니다. 한 남자의 영혼이 집착의 불꽃에 타버리고, 단두대의 싸늘한 칼날 아래와 마녀들의 기괴한 연회장에서 조롱당하는 몰락은 참으로 가혹하고 처참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경이로움은 바로 그 잿더미가 된 폐허 위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무너진 성벽 아래 주저앉아 그저 통곡하기보다는, 사방으로 흩어진 고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아 오선지 위에 엄격하고도 정성껏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깨진 도자기를 황금으로 이어 붙여 이전보다 더 가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킨츠기(Kintsugi)'의 미학을 발견합니다.


킨츠기 도예가는 깨진 틈을 숨기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균열을 황금빛 선으로 강조하며, 상처가 곧 그 물건의 고유한 역사가 되게 합니다. 베를리오즈 역시 자신의 부서진 마음을 감추는 대신, 음악이라는 황금을 부어 그 균열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율로 이어 붙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압도적인 고통의 한복판에서 '기록'의 펜을 든다는 건 정말이지 위대한 의미를 갖습니다. 나를 가두었던 감정의 감옥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내 아픔을 비로소 타자화하고 대면하기 시작했다는 영적인 선언과도 같으니까요.


베를리오즈는 비극의 희생자로 남아 사랑이라는 틀에 묶이기보다, 그 비극을 직접 연주하고 조율하는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한 셈입니다. 혹시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 휘몰아칠 때, 그것을 가만히 글로 적거나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며 내 마음과 슬픔 사이에 '건강한 거리'를 두어 본 적이 있나요?



관찰하는 자아: 단두대 위의 나를 내려다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Itz토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브런치스트(Brunchist) Itz토퍼입니다. 삶과 사유, 그리고 세상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28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7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9화‘글 잘 쓴다’는 말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