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을 변주하는 영혼의 초월
서곡: 고통을 연주하는 지휘자의 탄생
상편에서 우리는 베를리오즈가 마주했던 그 처절한 환멸의 심연을 함께 들여다보았습니다. 한 남자의 영혼이 집착의 불꽃에 타버리고, 단두대의 싸늘한 칼날 아래와 마녀들의 기괴한 연회장에서 조롱당하는 몰락은 참으로 가혹하고 처참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경이로움은 바로 그 잿더미가 된 폐허 위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무너진 성벽 아래 주저앉아 그저 통곡하기보다는, 사방으로 흩어진 고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아 오선지 위에 엄격하고도 정성껏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깨진 도자기를 황금으로 이어 붙여 이전보다 더 가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킨츠기(Kintsugi)'의 미학을 발견합니다.
킨츠기 도예가는 깨진 틈을 숨기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균열을 황금빛 선으로 강조하며, 상처가 곧 그 물건의 고유한 역사가 되게 합니다. 베를리오즈 역시 자신의 부서진 마음을 감추는 대신, 음악이라는 황금을 부어 그 균열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율로 이어 붙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압도적인 고통의 한복판에서 '기록'의 펜을 든다는 건 정말이지 위대한 의미를 갖습니다. 나를 가두었던 감정의 감옥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내 아픔을 비로소 타자화하고 대면하기 시작했다는 영적인 선언과도 같으니까요.
베를리오즈는 비극의 희생자로 남아 사랑이라는 틀에 묶이기보다, 그 비극을 직접 연주하고 조율하는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한 셈입니다. 혹시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 휘몰아칠 때, 그것을 가만히 글로 적거나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며 내 마음과 슬픔 사이에 '건강한 거리'를 두어 본 적이 있나요?
관찰하는 자아: 단두대 위의 나를 내려다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