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코트 키드와 초보 작가의 첫 문장
난생처음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국가대표 경기를 본 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당시 독일 분데스리가를 주름잡던 차범근 선수가 주전으로 출전하던 날이었다.
'말벅지'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였던 차범근 선수의 다리를 보는 순간, 정말이지 내 상체보다 훨씬 굵어 보였다. 실제 뉴스에서도 그의 허벅지는 31인치로 소개되곤 했다. 거기다 치달리는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그가 달릴 때는 마치 적토마와 같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사람은 사라지고 먼지만 달려가는 모습이랄까. 요즘 같으면 아마 '스텔스기'에 비유될 정도로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속도였다.
어린 시절 나에게 그때의 감격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이 축구장에 가는 날 중 가장 설레는 날은 따로 있다고 한다. 단순히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무엇을 하러 가는 것일까?
경기장이 숨을 고르는 순간, 수만 명의 함성이 아직 터지지 않은 채 묘한 정적이 그라운드를 감싸는 시간. 그 짧은 틈 사이로 아주 작은 발걸음이 등장한다. 누군가의 손을 꼭 붙잡은 아이의 발걸음이다.
바로 “에스코트 키드”라고 부르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지금 일어날 일이 어떤 깊은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다 알지 못한 채 경기장 안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그 작은 설렘은 한순간에 눈부신 빛으로 바뀐다. 거대한 조명 아래에서 선수의 손을 잡고 걷는 순간, 아이의 세계는 잠시 현실을 벗어나 수만 명의 관중이 열광하는 꿈과 환상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의 시작은 오래된 전통이라기보다, 어느 날 문득 축구장에 스며든 따뜻한 풍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1990년대 유럽의 경기장에서 지역 유소년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선수들과 함께 걸으며 시작된 이 순간은, 시간이 흐르며 하나의 의식처럼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FIFA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무대를 통해 이 장면이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의례가 되었는데, 그 시작이 바로 2002 한일 월드컵이다.
그런데 이 광경이 단순히 ‘전통’이라는 이름 때문에 특별한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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