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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Ha Feb 24. 2019

빌 게이츠의 시간 관리: 07 완벽함 보다는 타이밍

윈도우95와 린 스타트업을 통해 본 시간 관리


1995년 Windows 95 출품을 소개하는 빌 게이츠(sourced from BGR)


 1995년 8월 24일, 워싱턴 레드몬드(Washington Redmond)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캠퍼스 무대에 빌 게이츠가 서 있다. 빌은 이날 왼쪽 가슴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새겨진 파란색 반팔 폴로 티를 입고 있다. 빌 옆에는 미국 유명 토크쇼인 Tonight Show의 호스트인 제이 레노 Jay Leno가 서 있다. 레노는 하얀색 마우스를 잡고 마우스 연결된 줄을 만지며 생쥐(Mouse) 꼬리라고 놀려대고 있다. 


 이 날 빌은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서서 윈도우 95를 소개하며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사실 윈도우 95는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윈도우 시스템과 매우 흡사하다. 그 당시 컴퓨터는 검은 도스 화면에 문자를 입력하여 사용하던 것이 전부였다.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윈도우 95가 나오면서 사람들의 컴퓨터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최초로 적용된 시작 메뉴와 바탕화면이 등장했다. 누구나 쉽게 마우스를 이용해 컴퓨터를 작동할 수 있었다. 창을 열고 닫고 작게 하고 크게 할 수도 있었다. 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엄청나게 발전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윈도우 95는 발행 4일 만에 전 세계 100만 개 이상 판매되었고, 개인용 PC의 대중화의 마중물이 되었다. 


 하지만 윈도우 95는 안정적인 운영시스템은 아니었다. 사소한 오류에도 윈도우 95는 파란색 화면으로 바뀌면서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다는 화면을 띄우며 멈추었다. 사람들은 이를 죽음의 블루스크린(Blue Screen of Death)이라고 부르면 놀려대곤 했다. 어쩌면 빌도 이러한 오류가 있음을 알면서도 윈도우 95를 출시하였다. 최종 윈도우95가 출시되기 전까지 Build58부터 시작하여 총 11번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며 최대한 오류를 잡기 위해 노력하였다. 


 비평가들은 빌이 시장 선점을 위해 완벽하지 않은 제품을 시장에 출시한다고 이야기한다. 좀 더 많은 테스트와 연구를 통해 안정적인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을 한다. 하지만 빌의 생각은 다르다. 빌은 신속한 피드백 체계를 구축하여 고객의 의견을 빨리 듣고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날렵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회사이고,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빌의 시각으로는 완벽함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제품을 출시하고 소비자의 피드백을 받아서 빠르게 대처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998년 시연회 때 보인 블루 스크린

 1998년 4월 어느 날, 윈도우 98이 출시되기 전 시연회가 있었다. 빌은 이날 공식적인 자리인 만큼 정장을 입고 나왔다. 직원이 윈도우 98 시연을 위해 새로운 장치를 컴퓨터에 연결하는 순간 또다시 죽음의 블루 스크린이 뜨며 청중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 순간에 빌은 “이래서 우리가 윈도우98을 아직 출시하지 않았지요. That must be why we're not shipping Windows 98 yet..."라고 말했다. 이 시연회는 CNN에 중계가 되었고, 여전히 빌 게이츠의 굴욕적인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빌은 이렇게 완벽하지도 않은 프로그램을 왜 자꾸 시장에 출시를 하는 것일까?


 완벽함보다는 타이밍

 빌은 완벽함보다는 타이밍의 중요함을 알고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시험을 칠 때를 생각해보자. 역사 과목에서 90점을 받고자 한다면 시험 범위를 2~3번 정독하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만약 100점을 받으려고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시험 범위에 있는 내용들을 빠짐없이 암기하고 있어야 하고, 혹시나 나올지 모르는 심화 수준의 문제에 대비해 추가적으로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 이제는 2~3회 정독이 아니라 10회 이상의 정독이 필요하다. 90점을 받기 위한 공부할 때는 10%의 노력이 더해지면 100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90점에 드는 노력에 3~4배는 투입해야 100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함을 추구하면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완벽함의 문제점은 자신이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의 완벽함에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완벽함은 주관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사고 틀을 벗어나면 완벽함은 부족함으로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팀장에게 보고서 결재를 받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혼자서 밤새 보고서를 완벽하게 작성했다. 다음날 팀장에게 가서 당당하게 보고를 하지만 속상하게도 팀장은 여기저기를 지적하면서 내 보고서를 허점투성이로 만들어 버린다. 스스로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했지만 상사가 원하는 방향이 달라서 보고서를 다시 써야 한다. 완벽함을 추구해서 시간을 단축하고자 했지만, 이제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되어버렸다. 


 꼭 완벽하게 혼자서 끙끙 앓으면서 보고서를 만들어야 했을까? 만약 중간중간 팀장의 피드백을 받으며 보고서를 만들었다면 최종 보고서가 작성되었을 때는 한 번에 팀장의 결재를 받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상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거기에 맞추어 보고서를 작성하였기 때문이다. 내용적인 완벽보다는 타이밍을 맞추려고 해야 한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타이밍을 맞추어 상사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으며 고쳐나가면 더 빠르게 일을 끝낼 수 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완벽함이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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