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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y 29. 2017

바르셀로나 어린이 벼룩시장

재활용과 경제를 스스로 배운다

몇 주 전 일요일 바르셀로나 외곽 가바 마르 (Gava Mar)라는 타운의 교육센터 운동장에서 어린이 벼룩시장이 열렸다. 올해로 두 번째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어린이들에게 재활용과 경제에 대해 바로 알게 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지역사회가 추진하는 것이다.


참가대상은 만 4세 - 16세의 어린이와 청소년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특별한 규칙도 참가비도 없지만 한두 가지 규칙이 있다면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모두 어린이들이 사용하던 어린이들만의 물건이어야 한다는 것과 어린이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전에 기부용으로 내놓거나 팔고 남았던 딸아이가 초등 때 읽던 소설책들과  그동안 버리지 못해서 끼고 있던 장난감, 직소 퍼즐, 보드게임 등을 챙겨서 장터로 나갔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몇 개의 텐트는 아침 일찍 도착한 사람들이 차지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들고 온 테이블과 파라솔을 피거나,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딸아이나 그 또래의 아이들은 스스로 자리를 깔고 물건을 진열하고 가격도 정해 놓지만 아주 어린아이들과 나온 부모들은 아이들 대신 일을 하느라 바쁘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물건을 진열하고 파는 것에 큰 무리가 있을 터다.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그저 참석해서 옆에 앉아서 보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될 거라 믿는다.

한편에는 구제품 가게에서 나온 듯 한 테이블도 보이고, 또 한편에서는 7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엄마가 털실로 만든 방울 열쇠고리를 잔뜩 들고 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사겠느냐 묻고 다녀서 취지에 맞는 건지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조금씩의 물건을 들고 나와 아이들과 물건을 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인다.

대부분이 아이들이 사용하던 것들이라 더러는 부서지기도 하고 망가지기도 했지만 이것을 팔러 나온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을 터다.

당장 딸아이도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인형들이지만 "이건 몇 살 때 누가 주고, 이건 몇 살 때 어디 여행했을 때 샀고..." 등등 추억이 담긴 것들이라 팔려고 마음먹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재능을 팔기도 한다.

한 아이는 페이스 페인팅을, 한 아이는 자신의 마술을 선보였고, 다른 한 아이는 비눗방울 만들기, 또 다른 아이는 힙합을 공연해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파는 것에서 벗어나 남들의 물건 중에 자기가 사고 싶었던 것, 또는 필요한 것을 찾아다니며 구매를 한다. 그 과정에서 새것이 아인 사용했던 물건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싸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뜨거운 햇살 아래 아이들이 오랜 시간 한 자리에 앉아있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아이들은 근처에 뛰노는 아이들을 따라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자리를 뜨고, 펼쳐놓은 아이의 가게는 온전히 부모의 차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책벌레 딸아이는 읽을 책만 있으면 몇 시간씩 요동도 않는 아이라 내가 가게를 떠맡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있는 딸아이를 뒤로하고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학교 학부모들도 찾아가고, 내 제자 겸 딸아이의 1년 선배인 여학생이 특활시간에 내와 만들었던 종이 공예 액세서리와 작아진 옷들을 파는 곳에 들려 그 할머니에게 인사도 하고 돌아왔다.  


딸아이의 가게는 임신 중인 젊은 러시안 엄마가 출산 후 신겠다며 사이즈 조절용 롤러스케이트를 사 간 것을 시작으로, 딸아이의 학교 교장선생님 가족이 몰려와 영어책을 대거 구입을 하는 등 꽤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스페인에 거주 중이지만 영국계 학교에 다니는 딸의 책들은 모두 영어책들이라 팔리지 않을까 봐 고민이 됐었는데 우리가 사는 지역이 외국 주제원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생각보다 쉽게 팔려나갔다.


딸아이가 물건을 팔아서 낸 수익의 일부는 내 돈과 보태져서 작은 기부를 했다.

오후 2시 30분!

손님들이 뜸해지자 자리를 폈던 사람들도 하나둘 짐을 싸기 시작한다.

우리도 조금씩 짐을 챙기는데 몇 자리 건너편에 있던 프렌치 엄마가 "이거 울 남편은 읽었고 아무도 읽을 사람이 없네. 가져가도 버릴 것 같은데 읽어볼래?" 라며 영어책 세 권을 건네주었다.

그 책을 핑계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한참 동안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런 장은 때때로 새로운 만남을 갖게 해주는 장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옆 가게에서 적극적으로 물건을 팔던 8살의 소피아는 떠나기 전에 내게"세뇨라 특별히 당신을 위해서" 라며 자기가 만들어서 팔던 종이꽃 하나를 선물로 주고 떠났다. 딸아이의 아주 작은 인형들을 만지작 거리며 얼마냐고 묻고 또 묻기에 특별 세일을 해서 거의 공짜 수준으로 팔았는데 그것이 고마웠던 거다.  

고사리 손으로 종이꽃을 건네는 아이의 얼굴에 어색하지만 순수한 미소가 한가득 담겨있다.



꽤 많은 물건을 판 아이들도 있고, 반대로 한두 개를 넘지 못한 아이들도 있지만 이 마당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은 많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깨진 물건은 팔리지 않으니 물건을 소중하게 다뤄야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고, 작은 물건이라도 쉽게 버리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배운 아이도 있고, 물건을 팔고 사는 것의 어려움을 배운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참여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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