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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Jun 09. 2017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는데

엄마가 그리운 날...  

오랜만에 동네에서 가까운 중국 슈퍼에 들렸다.

오늘따라 그 집 할머니가 시선을 잡아끈다.  

초라하게 구부러진 그녀의 등과 지쳐 보이는 작은 어깨.....

하지만 손자를 바라보며 짖는 세상 다 가진듯한 표정...

그런 그녀 위로 엄마가 겹쳐졌다.


"엄마 보고 싶다"

내 중얼거리는 소리에 옆에 있던 딸아이가 돌아본다.

"누구?"

"할머니, 할머니 보고 싶다고"

"아.... 갑자기 왜?"

"엄마니까.. 엄마한테는...."


기쁘면 기뻐서,

슬프면 슬퍼서,

그리고 아프면 서러움에 취해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엄마다.

간혹 예고 없이 찾아드는 향수병의 원인에는 늘 엄마가 있다.

그냥 엄마니까..


엄마도 그랬을 거다.


어린 시절의 나는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냥 나의 엄마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20대의 어느 날 엄마의 엄마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아이처럼 엄마를 부르며 펑펑 우는 엄마를 보았다.

그 순간의 엄마는 내 엄마가 아니었다.

오롯이 외할머니의 딸이 되어서 당신의 엄마를 보내는 것이 서러워 울고 있었다.  


그 장면은 낯설었고, 충격이었다.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게 엄마를 바라보았다.

아....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구나.

그녀도 사랑받는 한 집안의 귀한 딸이었고, 미래를 꿈고 설렘을 알던 소녀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수줍게 연애하던 여인이었겠구나.


엄마가 되어 딸아이를 키우는 나는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엄마를 돌아본다.

내가 이렇게 어른이 돼서도 수없이 엄마를 찾듯이 엄마도 엄마가 그리울걸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알겠다.


그러면서도 나는 여전히 엄마에게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린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도 나는 여전히 내 아픔만 생각하며 어리광을 부린다.  

그리고 후회를 한다.


그녀는 이제 투정 부릴 엄. 마. 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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