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밀린 700명이 돌아온 이유

[시리즈] 커리어 내비게이션

by 테오

클라르나 사태가 증명한 것 — 기계를 이길 사람은 '일을 다시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2023년,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는 AI 챗봇이 고객 상담사 700명의 업무를 대체했다고 선언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이 "AI가 드디어 사람을 대체하기 시작했다"며 대서특필했습니다.


2년 후, 그 회사는 조용히 사람을 다시 뽑고 있습니다. CEO는 카메라 앞에서 "우리가 너무 멀리 갔다"라고 인정했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AI는 효율의 언어를 말하고, 고객은 공감의 언어를 듣습니다

클라르나의 AI 챗봇은 숫자상으로 완벽해 보였습니다. 전체 고객 문의의 3분의 2를 처리했고, 응답 시간은 인간 상담사의 절반 이하였습니다.


그러나 고객 만족도는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환불 요청처럼 감정이 개입되는 상황, 여러 단계에 걸친 복잡한 문제, 예외적인 케이스 앞에서 AI는 무력했습니다. [1]


클라르나 CEO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프스키는 결국 이렇게 인정했습니다. "우리는 효율성과 비용에 너무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품질이 저하되었고, 지속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2]


이 사례는 한 기업의 실패담이 아닙니다. 퀄트릭스(Qualtrics)의 2026년 고객 경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AI 고객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 5명 중 1명은 "어떤 이점도 느끼지 못했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이 실패율은 AI의 일반적 활용 실패율의 거의 4배에 달합니다. [3]


흥미로운 것은 클라르나의 해결책입니다. 회사는 단순히 예전처럼 사람을 다시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우버 스타일'이라 불리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학생, 농촌 거주자, 충성 고객을 유연 근무 상담사로 채용해, AI가 기본 문의를 처리하고 사람이 에스컬레이션과 감정적 대응을 맡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6]


결국 AI가 대체한 것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반복적인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반복을 넘어선 영역 — 공감, 판단, 맥락 파악 — 에서 AI는 여전히 사람을 필요로 했습니다.


콜센터 산업 전체로 시야를 넓혀도 같은 패턴이 보입니다. 현재 콜센터 상담사의 87%가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보고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수면 장애와 정서적 소진 등 만성 번아웃 증상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3]


AI는 이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완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AI가 단순 문의를 가져가면 상담사는 더 복잡하고 감정적인 케이스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것이 보람이 될 수도 있고 더 큰 소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AI 자체가 아니라, AI 도입 이후 사람의 역할을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질문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AI가 내 일을 빼앗을까?"가 아니라, "AI 시대에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위협인가 기회인가, 해석이 커리어를 가른다


같은 AI를 보고도 누군가는 움츠러들고 누군가는 도약합니다

2026년, 프론티어스 인 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 리뷰는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AI에 대한 인식 자체는 직원의 행동을 직접 결정하지 않습니다. 그 인식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결정적입니다. [4]


연구자들은 이것을 이중 인지 평가 경로(dual cognitive appraisal pathways)라고 불렀습니다.


첫 번째 경로는 도전 평가(challenge appraisal)입니다. AI를 기회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창의적 과정에 더 깊이 몰입하고, 자신의 업무에 조화로운 열정(harmonious passion)을 느꼈습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업무의 범위를 넓히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AI와 협업하는 방식을 설계했습니다.


두 번째 경로는 위협 평가(threat appraisal)입니다. AI를 위협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직무 불안정성(job insecurity)을 느끼며, 강박적 열정(obsessive passion)에 시달렸습니다. 이들은 기존 업무의 범위를 줄이고, AI가 닿지 않는 영역으로 후퇴하는 '회피형 크래프팅'을 선택했습니다. [4]


같은 기술, 같은 조직, 같은 변화입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앞으로 나아가고 누군가는 뒤로 물러납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해석입니다.


여러분의 회사에 AI 기반 업무 도구가 도입된 날을 떠올려 보세요. "이걸로 뭔가 새로운 걸 해볼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셨나요, 아니면 "이제 내 자리가 위험하겠구나"라고 느끼셨나요? 그 첫 번째 반응이 이후의 행동 경로를 결정적으로 갈라놓는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 발견입니다.


도전 평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습니다. AI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거나, 스트레스를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는 긍정적 스트레스 마인드셋(positive stress mindset)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위협 평가에 머무는 사람들은 AI에 대한 정보 부족과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의 결여가 공통적으로 관찰되었습니다. [4]


행동과학저널에 실린 또 다른 연구는 316명의 직장인을 세 시점에 걸쳐 추적한 결과, 생성형 AI에 대한 인식(awareness)이 높은 직원이 조화로운 열정을 거쳐 접근형 잡 크래프팅(approach job crafting)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확인했습니다. 단, 이 경로가 작동하려면 핵심 조건이 있었습니다. 조직이 내부 사회적 책임(internal CSR)을 실천하고 있다고 직원이 인식해야 했습니다. [5]


다시 말해, 개인의 해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조직이 "당신의 성장을 지지합니다"라는 신호를 보내야, 직원은 비로소 AI를 기회로 해석할 심리적 여유를 갖게 됩니다.


여기서 리더의 역할이 결정적입니다. 체계적 리뷰에서 확인된 조절 변수 중 하나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었습니다. 직원의 성장과 웰빙을 우선시하는 리더가 있는 조직에서, 직원들은 AI를 위협이 아닌 도전으로 해석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4]


반면, 비용 절감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리더십 아래에서는 직원들이 AI를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클라르나의 초기 접근이 바로 이 패턴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AI가 700명분의 일을 한다"는 메시지는 효율의 관점에서는 성공이지만,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는 "다음은 당신 차례"라는 위협 신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일을 다시 디자인하는 세 가지 전략


다른 글에서도 다루었지만, 다시 한번 잡 크래프팅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이란 직원이 스스로 자신의 업무 경계를 재설계하는 행위입니다. 상사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업무의 내용, 관계, 의미를 바꾸는 것입니다.


AI 시대의 잡 크래프팅은 세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집니다.

첫째, 과업 크래프팅(task crafting)입니다. AI가 처리하는 반복 업무에서 손을 떼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업무 — 복잡한 판단, 예외 상황 대응, 창의적 문제 해결 — 로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클라르나가 결국 사람을 다시 부른 이유가 바로 이 영역이었습니다. 환불 요청 뒤에 숨은 고객의 분노를 읽고, 규정에 없는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은 아직 AI의 몫이 아닙니다. [6]


예를 들어, 금융 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 A 씨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AI가 잔액 조회, 거래 내역 확인 같은 단순 문의를 가져간 이후, A 씨는 빈 시간에 고령 고객을 위한 금융 사기 예방 상담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반복 업무가 줄어든 자리에 새로운 가치를 채워 넣은 것입니다.


둘째, 관계 크래프팅(relational crafting)입니다. AI 도입으로 달라진 팀 구조 속에서, 새로운 협업 관계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AI 도구를 활용해 다른 부서와의 접점을 넓히거나,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연결 노동(connective labor)' — 멘토링, 갈등 조정, 비공식 지식 공유 — 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해당합니다. [7]


AI가 중간 단계의 정보 전달을 자동화하면서, 오히려 인간 사이의 직접적 소통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자신의 인지 과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 정서적 이해와 사회적 관계망을 구축하는 '연결 노동'은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습니다. [7]


셋째, 인지 크래프팅(cognitive crafting)입니다. 자신의 일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AI 때문에 내 일이 줄어들었다"가 아니라 "AI 덕분에 더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긍정 사고가 아닙니다. 인지 크래프팅은 자신의 직무가 조직과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를 재발견하는 과정입니다. AI가 데이터 정리를 대신하게 된 HR 담당자가 "내 일이 단순해졌다"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제 사람을 만나고 이해하는 본질적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라고 재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프론티어스 인 사이콜로지에 발표된 이중 경로 모델 연구에 따르면, 접근형 잡 크래프팅은 자율성과 유능감 욕구를 충족시켜 일의 의미감(work meaningfulness)을 높이는 '획득 경로(gain path)'를 형성합니다. 반면 회피형 잡 크래프팅은 조직의 기술적 핵심에서 이탈하게 만들어 일 소외(work alienation)를 초래하는 '손실 경로(loss path)'를 형성합니다. [8]


쉽게 말해, 같은 잡 크래프팅이라도 방향이 중요합니다. 도망치듯 업무를 줄이는 것은 크래프팅이 아니라 후퇴입니다. AI와의 경계를 새로 긋되, 그 안에서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진짜 잡 크래프팅입니다.


최근 Annual Review of Organizational Psychology에 게재된 잡 크래프팅 종합 리뷰도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접근형 잡 크래프팅은 웰빙 변수와 중간에서 강한 수준의 긍정적 상관관계를 보이는 반면, 회피형 크래프팅은 번아웃과 신경증과 부정적으로 연결됩니다. [10] AI 시대에 자신의 커리어를 지키고 싶다면, 단순히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


AI 시대의 커리어 전략은 기술 습득이 아니라 역할 재정의 입니다.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법을 익힌 직원은 그렇지 않은 동료보다 평균 42%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9] 하지만 이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산출물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산출물이 단순한 반복 작업의 결과라면, 결국 AI가 그 역할마저 가져갈 수 있습니다. AI 도구를 잘 쓰는 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진짜 경쟁력은, AI가 할 수 없는 일을 정의하고 그 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입니다.


클라르나 사태는 이 사실을 조직 수준에서 증명했습니다. AI가 처리할 수 있는 일에는 아직 한계가 있었고, 그 한계 너머의 영역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조직으로 돌아왔습니다.


개인 수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여러분의 직무에 들어왔을 때, 두 가지 반응이 가능합니다. 위축되어 기존 영역을 지키려는 회피, 또는 AI를 활용해 자신의 역할을 확장하는 접근.


2026년의 연구들은 일관되게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접근형 크래프팅을 선택한 사람들이 커리어 지속가능성(career sustainability)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합니다. [8]

시작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 퇴근 전에 여러분이 매일 반복하는 업무 중 AI가 대신할 수 있는 것 세 가지를 적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일 한 가지를 찾아보세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 갈등 상황에서 양측의 감정을 읽는 것.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고객의 니즈를 감지하는 것. 팀원의 성장을 위해 피드백을 설계하는 것. 이런 것들은 아직 AI가 할 수 없는, 여러분만의 영역입니다.


그 영역을 의식적으로 넓혀가는 것이 잡 크래프팅의 첫걸음이고, AI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커리어 전략이 될 것입니다.


클라르나의 700명은 결국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돌아온 자리는 예전과 같은 자리가 아닙니다. AI가 반복을 가져간 자리에, 공감과 판단과 창의성이 새롭게 채워진 자리입니다.

여러분의 자리는 어떤 모습으로 다시 디자인될 수 있을까요?



References


[1] CNBC (2026.04.01). 'I hate customer-service chatbots': The consumer-AI refund relationship is off to a rocky start.

[2] Entrepreneur (2025). Klarna Is Hiring Customer Service Agents After AI Couldn't Cut It on Calls, According to the Company's CEO.

[3] Qualtrics (2026). 2026 Customer Experience Trends Report.

[4] Frontiers in Psychology (2026). AI-induced job crafting: A systematic review of cognitive appraisal pathways. doi: 10.3389/fpsyg.2026.1788385.

[5] Behavioral Sciences (2025). Approach or Avoidance: How Does Employees' Generative AI Awareness Shape Their Job Crafting Behavior? A Sensemaking Perspective. MDPI, 15(6), 789.

[6] Klarna CEO Sebastian Siemiatkowski, Bloomberg Interview (2025); CX Dive (2025). Klarna changes its AI tune and again recruits humans for customer service.

[7] 전국인력신문 (2026). 생성형 AI, 일자리와 직능 재편의 새 시대.

[8] Frontiers in Psychology (2026). Approach or avoidance? A dual-pathway model of job crafting in response to generative AI and its impact on career sustainability. doi: 10.3389/fpsyg.2026.1779227.

[9] 전국인력신문 (2026).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법을 배운 노동자들의 생산성 42% 향상 연구.

[10] Annual Review of Organizational Psychology and Organizational Behavior (2025). Job Crafting Revisited: Current Insights, Emerging Challenges, and Future Directions. doi: 10.1146/annurev-orgpsych-020924-06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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